"최근 무역적자 주 원인은 수출입 물가상승률 격차"

기사등록 2022/02/24 06:00:00

한경연 '최근 무역수지 추이의 시사점' 보고서

1월 수입물가 19.6% 오를 때 수출 12.4%↑그쳐

수입물가 올라도 제품가 전가 어려운 무역구조

"수출입 격차 커질 것…펀더멘털 강화 등 노력해야"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한국경제연구원이 올해 무역수지 적자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4일 한경연이 발간한 '최근 무역수지 추이의 시사점' 등에 따르면, 최근 무역수지 적자 지속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 5억9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고, 올해 1월에도 48억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2020년 4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1월 적자 폭은 1966년 무역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다.

무역수지 적자는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는 기업 채산성이 악화되는 등 무역의 질이 나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무역적자 지속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현재 무역수지는 16억790만 달러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한국이 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낸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6~9월) 이후 14년 만이다.

◆무역적자 원인은…"수출입물가 상승률 격차 확대"

특히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 상황은 사상 최대 규모의 수출 흥행 속에서 생기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수출액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지만, 그보다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원자재 가격 부담이 더 커져서 생기는 결과다.

올해 1월 수입물가 상승률은 19.6%로, 지난해 연간 상승률(21.1%)에 비해 오히려 낮았지만 무역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출물가 상승률은 12.4%로, 수입물가 상승률 대비 7.2%p 낮은 수준이다.

특히 올해 1월 최대 수입품목인 원유의 수입물가는 52.3%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물가는 6.7% 하락했다.

수입물가 상승 그 자체보다는 수입물가 상승률과 수출물가 상승률 간 격차가 최근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이라는 게 한경연의 주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입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3월 전년동월대비 9.0%를 기록해, 같은 기간 수출물가 상승률 5.9%를 3.1%p 차이로 추월했다. 이후 8개월 연속 수출물가 상승률이 우위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수출입물가 상승률 격차가 10.2%p(36.3%와 26.1%)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원자재값 올라도 제품가 인상 어려워…뾰족수가 없다

문제는 최근 글로벌 시장 환경과 우리나라 무역 구조상 최근의 무역적자 누적을 극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무역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수출품 가격에 전가시키기 어려운 구조다.

수입물가와 수출물가는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재료 부담이 늘면 제품가격이 인상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독점적 공급구조를 가진 원자재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가격 변동에 취약하다.

반면 주력 수출품목은 대부분 경쟁이 치열한 공산품에 집중돼 있다. 원가 부담이 늘더라도 당장 제품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수입물가 상승률이 수출물가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경연은 앞서 우리나라가 2000년대 중 유일하게 무역적자를 기록한 2008년 역시 수출입물가 상승률 격차가 12.6%p까지 벌어진 것이 가장 주된 원인이 됐다고 지목했다.

◆"수출입물가 격차 더 커질 것…무역적자 대비 필요"

한경연은 올해 수출입물가 상승률 격차가 작년에 비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 이유로는 최대 수출입 품목인 반도체와 원유가격이 지목됐다.

수입물가 상승률에 가장 영향력이 큰 원유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 정세 불안으로 원유가격은 연초 전망을 뛰어넘어 배럴 당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반면 수출물가 상승률과 관련성이 높은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지난해 10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올해 D램 평균가격은 전년 대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해 반도체 수출가격의 빠른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08년 무역적자도 당시 반도체 가격의 하락(-21.9%)과 원유가격의 상승(36.9%)에 따른 수출입 물가상승률 격차 확대의 결과라고 한경연은 분석했다.

한경연은 최근 국가부채 증가, 외환보유고 감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무역수지 적자가 가시화될 경우,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 하락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규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미국 금리 인상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이어져 자본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대외신인도 하락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재정건전성 확보, 투자여건 개선,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등 경제 펀더멘털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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