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집 되는가 했더니”…세종시 세입자들 고분양가에 불만

기사등록 2022/02/23 07:00:00 최종수정 2022/02/23 08:58:42

임대 후 분양, 세종 아파트 감정가 ‘비현실’ 집 비워야 할 판

“집값 상승 편승, 집 없는 서민 상대 지나친 이익 추구” 비판

LH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임의로 가격 낮출 수 없다”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 3단지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송승화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 2, 3단지 아파트에 대한 임대 후 분양 전환을 앞두고 높은 감정평가가격을 통보, 임차인들이 집을 비워야 할 상황이다.

해당 세대 임차인은 30주 연속된 세종시 아파트 값 하락과 거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현실이 전혀 반영 안 된 동떨어진 감정평가가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3일 세종시에 따르면 첫마을 2, 3단지는 일부 세대가 공공임대에서 일반으로 분양되는 곳으로 물량은 2단지 79세대, 3단지 17세대 총 96세대로 전용면적은 49㎡, 59㎡, 84㎡다.

감정평가금액은 층별, 형태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균 2단지 49㎡는 3억원이 넘고, 59㎡ 3억 7400만원, 84㎡ 5억 9800만원이다. 3단지는 59㎡ 4억 4800만원, 84㎡ 6억 6000만원 대로 알려졌다.

이는 세종시가 지난 2019년 발표한 전국 최초 조기 분양 전환이 이뤄진 당시 아파트 감정 가격 대비 2배가 넘는다.

평균 분양전환가격은 2단지 49㎡ 1억 4583만원, 59㎡ 2억1846만원, 84㎡ 3억1814만원 3단지 59㎡ 2억 4002만원, 84㎡ 3억 4471만원대로 책정됐다.

2단지 전용면적 49㎡를 공급면적 74㎡로 환산하면 평당 분양가는 1340만원대로 현재 세종 신도시 신규 분양 아파트와 비슷하다. 최근 분양한 6-3생활권 세종자이더시티 아파트 평당 분양가는 3.3㎡당 평균 분양가는 1367만원이다.

실거래가격에서도 감정평가 금액과 큰 차이가 없다. 2단지 49㎡ 경우 2021년 2월, 2억 1000만원에 59㎡는 5억 5000만원, 85㎡는 7월에 5억 6000만원, 3단지 84㎡는 올해 1월 6억 6000만원에 매매 됐다.

이에 반해 최근 공공임대 후 일반분양을 진행한 도램마을 13단지와 형평성 문제도 지적된다.

도램마을 13단지 59㎡ 전환 분양가는 1억 4000만원 대로 최근 같은 타입 최고 매매가가 6억 1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4억원 이상 싸게 분양된 것과 대비된다.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 2단지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13단지는 10년 이내 분양으로 건축비용을, 첫마을 2,3단지는 10년 이후 전환분양으로 감정평가금액을 각각 기준으로 한다.

감정평가액과 최근 매매 가격이 별 차이가 없자 임대 후 분양이 맞느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LH가 최근 집값 상승에 편승, 집 없는 서민들을 상대로 지나치게 수익을 추구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임차인 A씨는 “감정평가액을 통보 받고 사실인가 의심됐다. 현지 상황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이다”라며 “지금까지 이 집에 월세 내면서 분양 전환되면 우리 집 일 줄 알았는데, 가격이 이 수준으로 결정된다면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종 아파트 가격 하락과 급매물이 나오는 시점에서 높은 감정가액으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깨고 있다”라며 “현장에 나와 분위기를 살펴보고 우리가 납득 할 만한 상황이면 좋겠다”고 밝혔다.

해당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10년 된 아파트를 신규 분양 아파트 보다, 더 비싸게 분양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공기업인 LH가 지나친 폭리를 취하고 있다”라며 “당분간 세종 아파트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이번 감정평가액은 이런것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며 조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H는 “분양전환가격은 공공주택특별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2개의 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금액의 산술평균금액으로 정하고 있다”라며 “지자체장이 평가법인을 선정, LH는 감정평가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주자모집공고문 및 임대차계약서상에도 감정금액을 분양 전환 가격으로 정한다고 규정했다”라며 “법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임의로 분양 전환 가격을 낮출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10년 넘은 아파트를 임대 후 분양으로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임차인의 좌절과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 신규 분양 아파트보다 더 비싼 가격 등에 대해 LH가 서민을 상대로 집 장사를 한다는 비난은 피하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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