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윤기의 분홍빛 질주…12년만에 은빛 레이스로 해피엔딩[베이징2022]

기사등록 2022/02/16 23:09:15

2010 밴쿠버 올림픽 은메달 이후 12년 만에 메달

맏형이자 분위기 메이커…올림픽 기간 부업인 유튜브도 화제

준결승 '인코스 추월' 이어 결승에서도 은메달 견인

[베이징(중국)=뉴시스] 홍효식 기자 = 16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플라워 세리머니,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2.02.16. yesphoto@newsis.com
[베이징=뉴시스]안경남 기자 = 분홍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빙판 위를 질주한 한국 쇼트트랙 남자대표팀 '맏형' 곽윤기(33·고양시청)가 12년 만에 올림픽 메달로 환하게 웃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라 여겼던 곽윤기는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올림픽 개회식의 한국 기수로 나선 곽윤기는 분홍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거침없는 입담도 사랑을 받았다. 대회 전 "중국 선수들과 스치기만 해도 페널티를 받을 것 같다"던 곽윤기의 우려는 현실이 됐고, 쇼트트랙 혼성 계주에서 판정 논란 끝에 중국이 금메달을 딴 뒤에는 "중국이 아니었다면 결승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이다 발언'이 모두의 공감을 샀다.

당시 중국은 혼성계주에서 배턴 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도 결승에 올랐고, 결승에서도 판정 논란 끝에 금메달을 가져갔다.

[베이징(중국)=뉴시스] 김병문 기자 = 16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승,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역주하고 있다. 2022.02.16. dadazon@newsis.com
감정에 치우치지 않은 냉정한 비판도 화제였다.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에서 중국의 리원룽이 캐나다 선수와 충돌한 뒤 꼴찌로 들어오고도 어드밴스로 결승에 오르자 한국에서 또 편파 판정이란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곽윤기는 "국제 대회서 종종 있는 일"이라며 "중국이 부당하게 올라간 건 아니다"며 객관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입담 못지않은 실력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베이징(중국)=뉴시스] 홍효식 기자 = 16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승, 은메달을 딴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2022.02.16. yesphoto@newsis.com
4일 대회 개막 후 11일이 돼서야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곽윤기는 레이스 막판 폭발적인 추월로 한국이 1위로 결승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부업인 유튜브도 대회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다.

약 67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곽윤기는 올림픽 기간에도 다양한 영상을 올렸다.

베이징올림픽 선수촌 풍경과 대표팀 기념사진, 여자 쇼트트랙 은메달 등 현장 소식을 생생하게 전했다.

[베이징(중국)=뉴시스] 홍효식 기자 = 16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플라워 세리머니,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2.02.16. yesphoto@newsis.com
2010 밴쿠버 대회에서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은 곽윤기는 2018 평창 대회를 포함해 이번까지 3번의 올림픽을 경험하고 있다.

다년간 국제대회에서 쌓은 경험으로 후배들을 이끄는 것은 물론 작정하고 올림픽을 즐기며 대회 전 악재로 흔들렸던 대표팀에 해피 바이러스를 불어 넣었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노장은 죽는 것이 아니라 영롱한 향기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던 곽윤기는 분홍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생애 두 번째 올림픽 시상대에 올랐다.

비록 16년 만의 남자 계주 금메달은 아쉽게 놓쳤지만, 후외 없는 레이스를 펼친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시상대에 선 곽윤기는 익살스러운 댄스로 분위기를 띄웠고, 이를 보던 동생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곽윤기에게 베이징 올림픽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