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돌' 가희 "세상의 엄마 수만큼 美 기준도 수만가지"

기사등록 2022/02/15 12:00:00

tvN '엄마는 아이돌'로 재발견

댄서·에스-블러쉬·애프터스쿨 출신

각종 편견 깨온 경력 재조명

[서울=뉴시스] 가희. 2022.02.10. (사진 = 가희 측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K팝 2세대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가희(42)의 경력은 편견을 깨온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댄서가 조명 받지 못하던 2000년대 댄서로 활약하다, 걸그룹이 평가절하된 시기인 2009년 애프터스쿨로 데뷔했다. 걸그룹 출신이 엄마가 된 뒤엔 무대에 서기 힘들다는 편견이 여전한 상황에서 tvN '엄마는 아이돌'로 결성된 프로젝트 걸그룹 '마마돌'(M.M.D)로 이 치우친 생각도 깨트렸다.

2016년 사업가와 결혼해 여섯 살·네 살 두 아들을 둔 가희는 마마돌의 데뷔곡 '우아힙'으로 약 10년, 정확히 3564일 만에 무대에 올라 전성기 못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최근 한남동에서 만난 가희는 처음에 민철기 PD로부터 '엄마는 아이돌' 출연을 제안 받고 양가적인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고 털어놨다. "'내가 무대에 다시 서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문과 함께 '나는 아직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내부에서 싸웠다"는 것이다.

발리에서 삶의 터전을 꾸리고 있는 만큼 현실적인 문제도 고민됐다. "민 PD님의 전화를 받자마자 마음은 바로 움직였어요. 그런데 아이들 학교 문제도 그렇고, 한국에 가야 하는 것도 그렇고 현실적인 고민들이 스쳐지나갔죠. 그런데 예능보다 무대를 위한 프로그램이고, 엄마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젝트라는 얘기에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서울=뉴시스] 가희. 2022.02.10. (사진 = 가희 측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가희는 한창 활동하던 시기에 주로 춤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런데 '엄마는 아이돌'을 통해 가창 실력도 상당하다는 걸 증명했다. 프로그램 초반에 전문가들로부터 보컬 실력이 '하(下)'라는 평가를 받았을 때는 아찔했다. "유리창이 '와장창' 깨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는 고백이다. "그런 정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열심히 준비를 했어요. 부담도 많았지만 편견을 깨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최근 호응을 얻고 종영한 '엄마는 아이돌'은 애프터스쿨·원더걸스·쥬얼리처럼 한 때 K팝계를 풍미했으나,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이 된 '엄마 아이돌'의 성장 서사를 보여주며 호응을 얻었다.

3개월여를 준비한 가희·박정아·별·양은지·현쥬니·선예가 마마돌을 통해 성공적으로 데뷔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여섯 명 모두 현역 아이돌 못지 않은 기량으로 남녀노소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과거 그룹 생활을 했지만, 아이를 키우다가 뭉쳐 다시 그룹 생활을 하려니 마냥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서로 자녀 이야기를 나누면서 '엄마의 마음'에 공감했고 이후엔 금방 친해졌다. 

[서울=뉴시스] '엄마는 아이돌' 가희. 2022.02.11. (사진 = tvN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가희는 "'누구누구의 아이가 열이 났다'고 하면 '아이고 힘들었겠다'라면서 엄마의 마음으로 이해를 하니까, 어렸을 때 그룹 생활과는 또 다르더라"고 했다. "이해심과 배려심 그리고 자기보다는 헌신의 마음이 장착돼 있으니까 더 쉽고 즐거웠어요."

무엇보다 다시 한번 아이의 자랑스런 엄마, 남편의 자랑스런 아내가 됐다. "남편은 이미 항상 제가 하는 일을 존중해줬어요. 이번 프로그램 출연에 대해서도 '멋지다'라는 얘기를 해줬죠. 아이는 학교에서 '엄마처럼 가수가 되고 싶다'고 얘기했대요. 하하. 정말 가수를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할지는 모르겠어요. 힘든 걸 아니까…"

사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가희는 K팝 그룹의 해외 진출의 초석을 다진 한명이기도 하다. 그녀와 가수 출신 배우 손담비 그리고 영화 '서치'로 알려진 배우 사라 손 등으로 구성됐던 걸그룹 '에스-블러쉬(s-blush)'는 2005년 CJ뮤직이 글로벌 프로젝트를 통해 추진한 그룹으로 당시 미국 진출을 했다.

이들은 듀스 출신 이현도 등이 참여한 데뷔곡 '잇츠 마이 라이프'로 빌보드 핫 댄스 클럽 플레이 차트에서 2위를 차지했다. 싱글 판매차트의 하위 장르 중 또 하나의 하위 장르이긴 했지만 당시로서는 대단한 성과였다.

[서울=뉴시스] 가희. 2022.02.10. (사진 = 가희 측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가희는 "한국 뿌리를 바탕으로 한 팀이었어요. 모두 예쁘고 똑똑하고 실력도 뒤지지 않는 팀이었죠. 무엇보다 미국에서 트레이닝을 받았기 때문에 참 값진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15년여가 지난 현재 북미 시장은 K팝 바람이 한창이다. "90년대, 2000년대만 해도 우리가 미국을 벤치마킹했는데 지금으로 역으로 K팝을 벤치마킹하는 시대가 왔잖아요. 우리 민족의 힘이 강하다는 걸 새삼 느껴요."

가희는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한 댄스의 부흥도 반겼다. 가희의 연예 경력 시작은 춤이다. 보아, 렉시, DJ DOC 등과 함께 무대에 올라 춤을 추며 눈도장을 받았다.

"스우파를 통해 많은 분들이 댄서의 레벨을 올려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너무 멋진 분들이죠. 댄서였다가 가수가 된 케이스는 저와 길건 언니가 있어요. (애프터스쿨 소속사였던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한성수 대표님이 저를 가수로 키워주시고 돌봐주셨죠. 가수로 잘 돼 너무 영광이고 기뻐요. 그런데 당시에 댄서가 더 조명을 받았으면, 가수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튼 확실한 건 인간은 음악과 춤을 너무 좋아해 끊을 수 없다는 거죠. 하하."

[서울=뉴시스] 가희. 2022.02.10. (사진 = 가희 측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K팝의 부흥에도 아이가 있는 엄마가 무대 위에 선다는 건 국내에서 아직 드문 케이스다. 반면 딸 블루 아이비 카터를 두고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미국 팝스타 비욘세 등 해외에서는 사례가 많다. 비욘세는 가희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비욘세는 여성이 나약한 존재라는 편견을 깨고 강하다는 걸 보여줬잖아요. 한국에도 결혼 이후 아이를 낳고도 활동하는 비욘세 같은 사례가 더 많아졌으면 해요. '엄마는 아이돌'이 그걸 보여줬고요. 저희에게 그런 기회가 더 주어진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죠."

가희는 지난해 SBS 웹예능 '문명특급' 속 '컴눈명 콘서트'를 통해 애프터스쿨 멤버들과 일시적으로 뭉쳐 당시 히트곡들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벤트성이라 한국에 얼마 머물지 못하고 다시 발리로 돌아가야했다. 이번엔 오는 3월말까지 한국에서 가족들과 머물며 차분하게 스케줄을 소화한다. 한 기획사에선 마마돌에게 앨범 발매 제안을 하기도 했다.

가희는 이번 '엄마는 아이돌'을 통해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더 늘었다. 그녀에게도 엄마로서 힘든 시간이 당연히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고 자존감이 낮아졌으며, 심지어 볼품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그런 제 자신을 보다가 감정을 추스리지 못해 한없이 우울해지던 때가 있었어요. 아기의 육수를 만들다 눈물이 주륵 나온 경우도 있었고요. 그런데 운동을 하고 몸을 가꾸면서 극복했어요. 엄마들이 하루에 단 10분만이라도 자기를 위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사랑 받고 있다는 걸 느끼셨으면 해서요. 무엇보다 똑같은 인간은 없기 때문에 미(美)의 기준도 딱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걸 아셨으면 해요. 세상의 엄마 수만큼 미의 기준도 수천가지 수만가지잖아요. 그 미를 받아들이시고 자신을 더 아끼고 사랑하셨으면 해요. '예쁘다'에 '맞다' '아니다'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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