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세수추계③]기재부, 전면 개편안 내놨지만…전문가 "되풀이 가능성 커"

기사등록 2022/02/14 06:00:00

세수 추계 오류…전문가 시각은

"팬데믹은 완전히 새로운 변수"

"아무리 좋은 모형도 예측 불가"

"마구잡이식 세법 발의 막아야"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세수 오차 원인 분석 및 세제 업무 개선 방안'을 통해 역대급 세수 추계 오류를 낸 원인으로 ▲추계 모형의 한계 ▲의사 결정 프로세스 문제 ▲이상 징후 대응 체계 미흡 ▲사후 평가·피드백 부족 4가지를 내세웠다.

코로나19발 경제 위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면서 세수 추계에 활용되는 경제 지표 전망치의 오차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세수는 최근 10년(2011~2020년)간 연평균 4.5%씩, 최근 5년(2016~2020년)에는 4.2%씩 증가했는데, 2021년에는 20.5% 급증했다. 여기에 부동산 변동성이 더해져 모형 설명력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세수 추계 메커니즘을 모형 설계부터 추계 절차, 세수 점검, 사후 평가 전 단계에 걸쳐 전면 개편하겠다는 개선안을 내놨다. 경제 지표를 포함한 모형을 대폭 개편하고, '조세심의회' 등을 설치해 검증을 강화하며, 이상 징후에 대응할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추계 성과 평가제를 도입하겠다는 얘기다.

우선 추계 모형의 경우 더 많은 외부 목소리를 듣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분야별로 국책 연구 기관 한 곳의 전망치만 고려했는데, 민간 연구 기관 전망치도 함께 반영할 계획이다. 여기에 자문 연구 기관도 다양화하면 특정 기관의 전망 오차가 야기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타 기관 모형과 상호 검증해 현재 지표의 적합성을 따져보고, 지난 한해 변동성이 특히 컸던 부동산 관련 자문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재부 세제실 국장이 주재하는 조세심의회를 꾸려 검증하고, 경제정책국·국제금융국·예산실과도 협의한다. 국세청·관세청도 기재부와 별도로 자체 추계를 실시해 비교할 예정이다.

이상 징후에 대응할 '조기 경보 시스템'을 마련해 세수 급등락 가능성 조기 포착에 나선다. 평가 단계에서는 성과 평가 합격(PASS)/불합격(FAIL) 제도를 도입해 합격인 경우 성과 가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불합격인 경우 강력한 후속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문제 시 모형을 원점에서 재설계한다.

세수 추계 횟수도 늘려 오차 발생 여부를 거듭 검증한다. 기본적으로 종합소득세 신고 직후인 6월과 부가가치세 신고 직후인 8월에 2차례 추계하기로 했다. 8월 세입 예산안을 편성한 뒤 11월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필요할 경우 재추계를 진행한다. 세수 추계 횟수가 최대 연 3회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민간 전문가는 "기재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추계 방식 전면 개편이 앞으로 위기 시 벌어질 세수 오차를 막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회의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인류가 처음 맞닥뜨리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아무리 좋은 모델을 쓰더라도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1997~1998년 아시아 외환 위기, 2008~2009년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 때와 마찬가지다. 아무리 많은 연구 기관과 시장 전문가의 얘기를 듣더라도, 정확한 예측은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재부의 개선안을 검토한 뒤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기재부가 자료에서 '모형의 설명력이 떨어졌다'고 직접 언급했지만, 팬데믹과 같은 위기의 경우 모델로 예측이 불가능한 완전히 새로운 변수"라면서 "예언가를 데려오지 않는 이상 세수를 정확히 추계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어 "기재부 개선안을 코로나19발 경제 위기 발발 이전에 마련해 적용했더라도 2020~2021년 세수 추계에서는 분명히 오차가 생겼을 것"이라면서 "미국을 보더라도 고용 통계를 보면 (취업자 수 등에서) 40만 명씩 오차가 나타난다. 팬데믹과 같은 변수가 있다면 예측이 틀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양 교수는 "당장 더 할 수 있는 일은 정치권의 개입을 줄이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61조원에 이르는 역대급 세수 오차가 발생한 큰 원인 중 하나는 부동산 관련 변동성인데, 이는 여당 등 정치권이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관련 세금 제도를 너무 자주 바꿔 세수 예측을 힘들게 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양 교수는 "미국의 경우 상·하원 의원이 부동산 세입·세출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을 발의하기 전 반드시 의회예산처(CBO)의 분석을 거치고, 이를 통해 해당 법안이 세수를 얼마나 바꿀지를 고려하도록 한다"면서 "한국도 국회예산정책처에 비슷한 기능을 부여해 정치권이 세수 오차를 키우지 않도록 제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2.08.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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