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여론 압박에도 윤석열 지지율 불안 여전
양당 '단일화 없다' 선 긋지만 수뇌부서 "필요하다"
尹도 "배제할 필요는 없어" 최진석 "정치는 생물"
14일 후보등록 전 1차 마지노선 …사실상 불가능
단일화 효과 낼려면 투표용지 인쇄 전 합의돼야
[서울=뉴시스] 박미영 홍연우 기자 = 3·9대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야권의 입장 변화 조짐이 보이면서 단일화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공식적으로는 '단일화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정권교체 여론의 압박이 만만치 않은데다, 현재로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단일화는 피할 수 없을 거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의 시각이다.
불안한 대선 국면에 대선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점도 단일화 논의를 촉발할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국민의힘에서 단일화 목소리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윤 후보와 선대본 측은 '단일화는 고려하지도, 논의를 계획한 바 없다'라고 '문단속'을 하고 나섰지만, 단일화 목소리는 잠재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설 전까지만 해도 윤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자강론'이 우세했지만, 설 연휴와 대선 후보 4인 첫 토론회를 거친 후 여론조사에서도 윤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크게 격차를 벌이지 못하면서 '2강 1중' 구도가 깨지지 않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내에서 공개적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천명한 것은 윤상현 의원이다. 윤 의원은 "들쑥날쑥한 여론조사 지지율만 믿고 자강론을 펼칠 만큼 여유로운 대선이 아니다. 이는 섣부른 자신감이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라며 "지금부터라도 당장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도 늦었다"고 촉구했다.
'자강론'을 강하게 밀고 있는 이준석 대표를 저격하는 의원도 나왔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 등이 단일화에 선을 그어서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할 뿐 내부적으로 단일화에 공감하는 의원이 꽤 있다. 이 대표의 언행은 오만하게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선대본부 수뇌부에서도 단일화 목소리가 나왔다.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단일화 여부로 박빙 승부가 갈릴 수 있기 때문에 안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권영세 본부장은 즉각 "선대본부는 단일화에 대해 거론한 적도 없고 계획을 논의한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고, 이 대표는 배례대표 의원의 익명 인터뷰가 나오자 "설마 또 익명질이냐, 진절머리가 나려고 한다"라고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단일화는 2,3등 패배자의 언어"라며 "이번주 금요일(11일)이 되면 더이상 단일화라는 말이 더 이상 안 나올 것"이라고도 했다.
윤석열 후보도 6일 광주선대위 결의대회 후 기자들에 단일화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언급하기 부적절한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배제할 필요는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공개적인 야당 간 단일화 논의 방식이 아닌 물밑 협상으로 방식이 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읽힌다.
국민의당의 공식 입장은 '안철수 완주'다.
안 후보는 6일 한 방송에 나와 "완주가 목표가 아니라 당선이 목표"라며 일각에서 후보 단일화 조건으로 거론하는 '공동정부' 제안에 대해서도 "지금 현재로선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안 후보 지지율이 10%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추세인데다,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를 해야한다는 여론의 압박도 만만치 않다.
첫 4자 TV토론 후 나온 5건의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 지지율은 6.9%~11.7%에 걸쳐 있다. 선거비용을 보전 받기 위해선 최소 15% 지지율을 얻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 몸값이 더 올라가지 않는 이상 단일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일화를 하지 않아 이재명 후보가 될 경우 정권교체를 염원했던 유권자들로부터 책임론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을 뿐더러, 완주해서 윤 후보가 당선이 되면 안 후보의 존재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안 후보 출마 선언 후 지금껏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단일화 필요성에 대한 발언이 국민의당 선대위 수뇌부에서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 6일 사견임을 전제로 "물밑 접촉이 있든 없든 단일화 문제는 정치권서 계속 얘기가 된 거다. 얘기를 듣고 있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라며 "정치는 생물이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장 중요하게 봐야한다"라고 말했다.
'단일화 여론이 높으면 단일화를 고려할 수도 있느냐'란 질문에 "그렇다"고도 했다.
정치평론가들도 단일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들은 모두 두 후보의 견고하지 않은 지지율을 근거로 들었다. 단일화 없이는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설령 집권해도 국정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유창선 정치 평론가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대선이 워낙 일주일 단위로 판세가 출렁이는 특성을 보이고 있어 윤 후보가 다소 앞서고 있다고 해도 단일화 없이 끝까지 1위를 차지 할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단일화가 윤 후보에 선거에서도 중요하지만 안철수를 파트너로 해서 중도층을 끌어안지 않으면 당선된들 식물정권이 될수 밖에 없는 환경이어서 단일화는 필수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상병 평론가도 "안 후보 지지율이 빠지고 있고 더 빠질 걸로 보인다. 6~9%정도 돼버리면 완주 의미가 없기 때문에 그걸 틈타서 국민의힘에서 단일화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고 연합정부나 공동정부를 이야기 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다.
신율 평론가도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지금의 혼전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자강론에만 매달린다면 정권교체가 안될 수도 있다고 본다라고 예상했다.
양측의 단일화 논의에 물꼬가 트인다면 남은 문제는 '시간'이다.
단일화에서 1차 마지노선은 후보등록 일(13~14일)전이지만 이는 현재 상황으로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양측이 의사 타진 정도에 머물고 있는데다 오는 11일에는 4자 토론이 예정돼 있다.
다음 시한은 투표 용지 인쇄일 하루 전인 오는 27일이다. 투표 용지 인쇄 전에 단일화가 이뤄지면 투표용지에는 물러난 후보에 '사퇴'로 표시된다. 인쇄 후에는 경우 투표소 안내문에 사퇴 후보를 표시하게 돼 있어 단일후보에게 표가 몰린다는 보장이 없다.
신율 정치평론가는 "시기가 좀 늦은 감은 있지만 가능하다고 본다. 제일 늦을 때가 투표용지 찍기 전이다. 그 전까지는 최소한 합의는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단일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거라 본다. 1+1은 2가 아니라 2.2~2.3 정도는 될 수 있다. 이게 지금 같은 방빅 구도에서는 절대 작은 숫자가 아니다"라며 "정권교체라는 공동의 목표와 집권 후 다수 의석으로 '거대 야당'이 되는 민주당과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단일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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