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 지친 청년들 "어릴적 추억 속 애니 OST 들으며 자기 위로"

기사등록 2022/02/01 19:30:00 최종수정 2022/02/01 19:33:52

관련 유튜브 영상 클릭 이어져

젊은이들 댓글로 인생 이야기 털어놔

공감 쉬운 가사에 위로…"왠지 눈물 나"

[서울=뉴시스]정유선기자= 1990년대~2000년대 방영했던 애니 OST 모음 영상. (사진=유튜브 캡처) 2022. 2. 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언젠가 이뤄질 우리의 꿈들을 이제는 조용히 그냥 느껴봐. 지금의 결심과 내 안의 방황이 우연히 만나 앞길을 비추네."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 방영했던 애니메이션 '샤먼킹(2기)' 오프닝의 가사 중 일부다. 어렸을 적 이 만화를 챙겨본 김모(32)씨는 "오랜만에 OST를 들으니 가사가 희망적으로 느껴져 새롭다"고 말했다.

1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최근 20·30세대들이 유소년기 즐겨 보던 애니 OST를 모아 놓은 유튜브 영상들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90년대생들을 위한 추억의 애니 OST 모음', '투니버스(어린이 전문 방송 채널) 추억의 만화 노래 모음 1탄' 등 영상물의 조회 수는 기본 수십만에 달한다. 100만회를 넘긴 영상들도 찾아보기 쉽다.

이런 콘텐츠들은 플랫폼에 게시된지 길게는 수년까지 지났지만, 달리는 댓글은 매일 업데이트되는 수준이다.

댓글로 사람들은 자신이 몇 년생인지를 밝히며 '술 냄새'나는 사연을 털어놓는다. 애니를 듣던 시절 상상하던 근사한 모습이 아니라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담배 냄새 싫어하던 꼬마애가 이젠 담배를 피고 상사들한테 눈칫밥 먹고 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여태 뭐 했나 모르겠다. 투니버스를 보고 자면 하루가 그렇게 행복했는데 이젠 자기 전 맥주를 찾는다"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노랫말로 위로를 받는 이들도 적지 않다. 커서 들어 보니 어른들이 쉽게 공감할 법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벌써 어른이 된 모습 그동안 난 익숙해졌어. 그 대신에 내 안의 그 무언가를 잃어버렸어(추리게임 뫼비우스의 띠 엔딩)",  "언제부터인지 내 맘속에 맴돌던 꿈 아직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빙그레 미소 띤 그런 희망이 있어(원피스 1기 엔딩)"와 같은 가사가 그렇다.

자신을 02년생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혐생(혐오스런 인생)에 위로가 되는 노래다. 케로로, 캐체체, 마루코, 슈가슈가룬까지 잘 듣고 간다"며  "좌절보단 나의 도전을 반겨주는 세상이 열리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다른 시청자들도 "하나같이 인생 이야기다. 어릴 때 마음 잊지 말라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 "추억 속 노래가 그래도 잘 살아왔다고 해주는 것 같아서 눈물이 찔끔 난다"는 등의 댓글을 달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특히 지금 젊은 세대들은 어려운 현실에 놓여있기 때문에 고민이 없었던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는 애니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본다"며 "댓글 창은 일종의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어렸을 땐 깊은 의미를 따지면서 노래를 듣지 않다가 세상을 더 많이 경험하면서 가사에 내 삶을 대입하게 된다. 그래서 희망적인 이야기가 나왔을 때 용기를 얻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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