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직권 없이 남용 없다' 판결
1심 제시한 '지적 권한' 논리 2심서 깨져
'양승태 공모' 유죄 부분 줄어든 것 유리
대법서 인권법 의혹 유죄 인정되면 불리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최수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실장 등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지적권한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선 1심은 판사가 직업적 단련이 부족해 장기미체 사건 처리를 현저하게 지연시키거나, 미숙한 재판으로 명백한 잘못을 저지른 경우 대법원장이 아무런 지적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명백하게 부당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법률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나태하고 게으른 판사에게 재판의 핵심영역에 대해 지적할 수 있어야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보장된다고 했다.
1심이 인정한 '지적권한'은 일명 '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 향하는 길'이라로 불렸다. 사법농단 의혹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재판개입 의혹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직권'이 인정되지 않으면 유죄 선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재직 시절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지시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1심 재판장에게 중간 판결 고지와 판결을 수정하게 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임 전 부장판사는 2심까지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2심은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 관여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인정하면서도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어 권한 남용을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고 무죄 판단했다.
1심은 이러한 '직권 없이 남용도 없다'는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게는 지적권한이 있다는 독창적인 논리를 제시한 것이다.
특히 헌법이 규정하는 독립 재판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사건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기속할 수 있는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의 지적권한 등 사법행정권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당시 양형실장이던 이 전 상임위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을 남용해 한 ▲헌재 내부 사건 정보 및 동향 수집 ▲한정위헌 취지 위헌제청결정 사건 재판 개입 시도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재판개입 시도 등 혐의는 유죄 판단했다.
2심은 국제인권법연구회 및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와해 의혹 관련 혐의 일부도 유죄 판단했다. 이 전 실장과 이 전 상임위원이 공모해 인사모 와해를 위해 중복가입해소 조치를 시행하는 등 직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2심은 이를 뒤집고 양 전 원장에 대해서는 국제인권법 연구회 와해를 위한 공모 대응 방안 검토 등 혐의만 공모를 인정했다. 박 전 대법관은 1개 혐의, 임 전 차장은 3개 혐의에 공모했다고만 인정했다. 고 전 대법관의 공모는 모두 불인정했다.
이 전 실장이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이 사건도 대법의 판단을 받게 됐다. 파기환송 없이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양 전 원장과 임 전 차장 재판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지적권한 논리가 2심에서 깨진 것은 양 전 원장 등에게 유리한 사정이란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인권법 연구회 와해 공모 대응 사건 등 일부 공모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이상 불리한 영향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심은 이 전 실장 등의 혐의를 1심과 달리 무죄 판단했고, 형량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에서 벌금 1500만원으로 줄였다. 이 전 상임위원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y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