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결국 '무죄'…'김학의 없는 김학의 재판'만 남다

기사등록 2022/02/01 08:00:00 최종수정 2022/02/01 21:29:50

논란의 김학의 9년…파기환송심 무죄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혐의 등 재판만

'출금'한 이규원·'총괄'한 이광철…기소

"김학의 출국금지 정당한 조치" 주장

김학의 무죄 선고후 "과연 정당했나"

법조계 일각 "도덕적인 문제는 여전"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혐의' 관련 파기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2.01.27.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마지막 뇌물 혐의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로 선고되면서 김 전 차관 의혹이 종결의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명 '김학의 없는 김학의 재판' 속 출국금지가 정당성을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박연욱) 심리로 열린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이 재상고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지만, 파기환송심이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판단한 이상 대법의 판단이 뒤집히는 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차관 의혹은 2013년 3월 그가 법무부 차관으로 내정되면서 시작됐다. 한 언론에서 김 전 차관으로 보이는 인물이 원주의 한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1차 수사 끝에 김 전 차관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결론과 함께 논란이 일었다.

김 전 차관 사건은 검찰 개혁이라는 폭풍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2019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2005년부터 2012년 사이 수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된다며 재수사를 권고했다.

이규원 검사는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속으로 김 전 차관 사건을 담당했다. 법무부 과거사위가 조사할 의혹들을 선정하고,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조사에 나서는 방식으로 업무가 진행됐다.

이 검사는 2019년 3월23일 자정께 법무부 출입국정책본부 측에 수차례 공문을 보냈다. 김 전 차관을 긴급하게 출국금지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김 전 차관은 3월23일 0시1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을 제지당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출국금지 관련 서류조작 혐의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가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5차 속행공판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2.01.21. bjko@newsis.com
이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의 내사번호를 사용했으나 요청기관, 사건번호, 기재 기관이 일치하지 않아 전산에 입력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동부지검의 내사번호와 동부지검장의 관인이 찍힌 긴급출금요청서가 작성됐다.

검찰은 이 검사가 이 문서를 작성할 때 동부지검장의 허락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자격모용공문서 작성 등 혐의를 적용해 이 검사를 기소했다. 또 당시 본부장이었던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 상황을 총괄했다는 의혹을 받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추가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됐다. 일명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 재판'이 시작된 것이다.

법무부는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전후 불거진 '김 전 차관이 자신이 출국금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출국을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맡겼다. 이 사건은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1부가 맡았다.

당시 형사1부장 장준희 부장검사 등 수사팀은 김 전 차관의 출입국 기록을 조회한 인물이 있는지 수사하던 중 이 검사에게 자격모용공문서 작성 등 혐의가 있다고 의심했다.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이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고검장 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이로써 일명 '김학의 없는 김학의 재판' 2건이 만들어졌다.

이 사건들의 피고인들은 김 전 차관 출국금지는 정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상황에서 '절차적 문제'를 이유로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방치했다면 과연 옳은 일이었느냐는 물음이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1.21. photo@newsis.com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징역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도덕적 비난은 별론으로 하고, '적법 절차 준수'라는 민주주의 대원칙을 형해화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김 전 차관 사건 파기환송심까지 무죄로 결론지어지면서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도 결국 부당한 것 아니었느냐는 시각이 법조계 안에서 나온다.

반면 법원이 일관되게 김 전 차관의 성접대와 뇌물 의혹이 사실임을 인정한 이상 정당성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이 검사 등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느냐 여부는 별도의 법리적인 검토가 필요한 문제다.

김 전 차관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1심은 김 전 차관이 윤씨에게 받은 성접대 등 향응 금액이 1억원 미만이므로 공소시효가 도과했다고 판단한 것뿐이다. 2심은 공소시효가 남은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에서 유죄의 근거로 사용된 사업자 최모씨 증언의 신빙성을 다시 살펴보라는 취지로 파기환송했고, 결국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나온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의 행동이 현재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일 뿐 도덕적인 문제 자체를 감출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이 검사 등의 행동에 대한 사법적인 평가는 법원에 맡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차관 사건에 내려진 무죄 선고가 당시 조사의 정당성을 해치는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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