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병원, 백신 미접종자 심장이식 수술 거부
30대 환자, 고위험군으로 백신 부작용 우려해
병원측, 미접종자 '생존 가능성' 낮아 수술 거부
[서울=뉴시스]송재민 인턴 기자 = 미국의 한 병원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30대 환자의 심장이식 수술을 거부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환자는 백신 부작용으로 심장 상태가 악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환자의 이식 수술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수술을 거부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에 사는 DJ 퍼거슨(31)은 유전적 심장질환으로 인해 브리검여성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 대기 명단 1순위에 배정됐으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술을 거부당했다.
퍼거슨 부모는 인터뷰를 통해 "퍼거슨이 코로나19 백신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단지 백신을 맞고 심장 상태가 악화될까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원칙에 따른 결과일 뿐이라고 밝혔다.
세레나 브론다 브리검여성병원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장기 이식을 받는 환자들은 코로나19 백신뿐 아니라, 다른 여러 예방접종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는 코로나19 뿐 아니라 독감이나 감기마저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브론다는 "장기이식 수술 후에는 약물을 사용해 환자의 면역 체계를 최대한 억제한다"며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미리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장기이식 대기자 명단에 오른 사람 10만 명 중 대부분이 5년 이내에 결국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한다"며 "의사들은 수술 후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코로나19에 감염됐던 환자의 이식 수술 후 사망률은 20% 이상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장기이식을 원하는 환자들은 수술 적합성 판단을 위해 '종합적인 평가'를 받는다"며 "흡연, 알코올 섭취량 등 생존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생활 방식'에 대한 검사도 필수적이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제니퍼 밀러 예일대 생명윤리학 교수는 "장기이식 대상자를 선정할 때 병원에서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이 죽는다면, 그 죽은 사람뿐 아니라 장기를 받아서 살 수 있었던 사람까지 죽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퍼거슨 가족은 이식 수술을 거부당한 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퍼거슨 부친은 "퍼거슨을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방안을 고려해봤지만, 환자가 이송 과정을 견디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며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시간만 촉박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퍼거슨 아내는 "남편은 이미 심장이 부어올라 있기 때문에 백신 접종 고위험군에 속한다. (백신 접종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남편과 우리 가족은 말 그대로 코너에 몰려 있다. 병원은 우리 가족에게 환자를 죽일 수도 있는 선택을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의료적 돌봄을 받지 못한 사례는 퍼거슨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50대 환자와 그에게 장기 기증을 약속한 40대 환자 부부가 모두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식 수술이 취소되고 대기 명단에서 제외됐다. 당시 부부는 종교적 이유로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병원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이번 달 초 미네소타주 여성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병원 측에서 2개월 동안 하고 있던 산소호흡기를 떼려 한다며 병원을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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