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불법출금 의혹…지금 법정은 '용광로'[법정, 그 순간⑤]

기사등록 2022/01/15 08:00:00 최종수정 2022/01/15 08:16:15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과 '수사 외압 의혹'

허위공문으로 출금한 별건 혐의 수사…중단

당시 수사 맡은 부장검사 공익제보로 촉발

재판선 공소장 지적부터 언성 높아지기까지

이어지는 핵심 법정 증언…아직 예단은 일러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01.12.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대검찰청에서 (보고)하지 말라고 했고, 저희 지휘부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이기 떄문에 반부패부 지휘 내용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지난해 10월20일 서울중앙지법 509호 법정.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출금) 수사 무마 의혹으로 피고인석에 앉은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첫 재판이 진행됐다.

현직 고검장이 범죄 혐의를 받는 피고인으로 법정에 앉은 것은 사상 초유의 장면.

이날 '수사 외압' 의혹을 공익제보한 장준희(51·사법연수원 31기) 부장검사는 법정에서 이같은 증언을 했다. 장 부장검사와 이 고검장의 대면으로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한 법정 공방이 시작된 것이다.

◆김학의 출금, 불법일까?…논란의 시작

논란은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3월께 '별장 성접대 의혹' 재조사 과정에서 종전에 무혐의 처리됐던 수사과정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소환조사 방침을 내비쳤으나 김 전 차관은 불응했다. 같은 달 22일 밤 김 전 차관은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했지만, 긴급출국금지가 내려지며 인천국제공항에서 불발됐다.

이후 법무부는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소속 공익법무관 2명이 전산시스템에서 '김학의'라는 이름의 출국금지 대상자가 있는지 확인한 의혹을 포착하고, 김 전 차관 측에게 사전에 출금 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1월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사건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11.11. jhope@newsis.com
해당 수사를 맡았던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당시 부장검사 장준희)는 진상조사단에 파견됐던 이규원 검사가 가짜 사건번호가 적힌 허위 공문으로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를 했다는 별건 혐의를 포착했다.

하지만 형사3부는 공익법무관 2명에게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을 뿐, 이규원 검사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장 부장검사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보고한 뒤 담당 검사가 바뀌고 당시 소속 검찰청 지휘부가 '수사 중단'을 지시했다는 내용의 공익제보를 했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이 고검장이었다. 이로써 이 고검장이 수사팀에 외압을 가해 이규원 검사의 수사를 중단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법정선 치열한 신경전…공소장도 문제삼아

지난해 8월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선일)는 이 고검장의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검찰의 공소 요지를 들은 뒤 이 고검장 측의 입장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고검장이 당시 안양지청의 보고를 받고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오히려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에게 연락해 "안양지청 차원에서 해결하라. 보고를 안 받은 것으로 하겠다"는 취지로 수사 중단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고검장 측은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도 "공소장을 보면 이 지청장이 독자적으로 수사중단을 지시한 것처럼 해석된다"며 "누가 공범이고 누가 직권남용죄를 저질렀는지 의문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공소사실이 불명하거나 길게 작성된 자체가 자신이 없는 공소장 아닌가"라며 문제삼았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지난해 11월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05. photo@newsis.com
여기에 의혹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재판에서도 검찰의 공소장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같은 해 10월15일 출금 과정 전반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불법 출금 관련 김 전 차관의 피의자성이 인정 안 된다는 건 일종의 자아분열"이라며 검찰을 맹비난했다.

또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대국민 사과도 했는데, 그랬던 검찰이 김 전 차관이 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은 경악스럽다"며 "사건 관계자들을 추가조사 하지 않은 것은 수사 미진"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비서관의 발언에 검찰은 즉각 "수사팀을 해체한 게 누군가. 해체해놓고 수사가 미진하다고하면 가당치 않다"고 반발하면서 법정 분위기가 다소 험악해지기도 했다.

◆이어지는 핵심 증언들…재판은 순항 중

이 전 비서관의 공판 닷새 뒤인 10월20일. 이 고검장의 첫 공판기일이 열렸다. 이 자리엔 수사 외압 의혹을 공익제보한 장 부장검사가 직접 증인으로 출석했다.

장 부장검사는 당시 대검에 이 검사의 불법 행위를 포착한 보고서를 보낸 이후 이 지청장 등 지휘계통으로부터 수사나 보고를 하지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이 지청장의 보고·수사 중단 지시에 "당시 검사들이 상당히 격분했고, 그 일로 형사3부 전체 검사들도 안 좋은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며 "상당한 자괴감과 좌절감을 표시한 주변 동료들이 있었다는 것도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일엔 사건 주임검사였던 A검사 또한 법정에 출석해 증인 신문에 임했다. A검사는 "김 전 차관 불법 출금과 관련한 이 검사의 별건 수사를 진행했다"면서 "(수사팀 작성 보고서가) 당연히 대검까지 보고가 된다고 생각했고, (보고서 내용대로 수사)하라고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후에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청장의 말을) 일종의 중단 지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지청장실에서 '수사하지말라는 부분에 대해 왜 수사하냐'고 언성을 높였던 것도 기억난다"고 진술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당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지난해 11월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05. photo@newsis.com
'불법 출금' 재판에서도 법무부 직원들의 핵심 증언이 이어졌다. 지난해 11월5일 당시 법무부 출입국심사과장으로 재직한 B씨는 "문자와 같이 사진으로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를 전송받아서 승인해준 적 있느냐"고 묻는 검찰의 질문에 "한번도 없다"고 답했다.

이어 "문자메시지로 받은 것이 공문으로써 효력을 인정할 수 있을지 가장 걱정이었다"며 "(차규근 당시 출입국·외국인본부장에게) 이걸 인정해야 하는지 아닌지 저로서 부담이 있다는 말도 했다"고 증언했다.

지금까지는 공익제보자 장 부장검사 등 검찰 측에 다소나마 우호적인 증인 신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직 피고인 측 증인 신문이 남아있기에 어떤 결론이 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공소장 논란부터 치열한 증인 신문까지 앞으로 이 고검장과 이 전 비서관 등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과 '수사 외압 의혹'을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의 날선 법정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parkh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