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시위에 목소리 보태온 대학생들…"위안부는 우리의 문제"

기사등록 2022/01/09 08:00:00

9년 동안 시위 참여한 동아리 '평화나비'

'위안부' 관련 세미나·캠페인 등 활동 펼쳐

"전시 성폭력은 구조적인 문제…반복 우려"

"시간 얼마 남지 않아…한일합의 무효화 필요"


[서울=뉴시스]평화나비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열린 1523차 일본군성노예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수요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 1. 9. (사진=평화나비 제공)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일본군성노예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수요시위)가 지난 5일 개최 30주년을 맞았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법적 배상 필요성 등을 요구하며 '위안부' 문제가 그저 과거사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란 사실을 널리 알린 시위는 시민들의 지지 아래 맥을 이어왔다.

젊은이들도 할머니들의 외침이 외롭지 않게 함께 목소리를 냈다. '이 땅에 평화를, 할머님들께 명예와 인권을'이란 슬로건을 내건 전국대학생연합동아리 '평화나비네트워크(평화나비)'는 결성 이후 9년간 줄곧 수요시위에 참여해왔다.

대학 입학 직후부터 취업 준비를 하는 게 예삿일이 되어버린 시대, 청년들이 언뜻 스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위안부'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만난 허수경 평화나비 대표는 "위안부가 '나'와 연결된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허수경 평화나비네트워크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09. dadazon@newsis.com

평화나비는 2013년 '위안부' 문제를 의제화하기 위한 콘서트 개최를 시작으로 이듬해 정식 발족했다. 현재 서울, 경기, 강원, 충청, 제주 각지에서 200여명의 회원들이 세미나·캠페인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허 대표는 3년 동안 평화나비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해엔 '위안부'가 자발적 매춘부였다고 주장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일반 시민들에게 '위안부'에 대한 이해를 돕는 전시회도 열었다.

할머니들의 명예회복도 활동의 중요한 목적이지만, '위안부'가 타인이 아닌 '나'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회원들을 움직이고 있다고 허 대표는 말한다. '만약 지금 전쟁이 일어난다면 과거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있다는 것이다.

허 대표는 "다른 나라에서도 전쟁 중 성폭력이 발생하는 만큼 위안부는 제국주의와 전쟁이라는 구조 속에서 발생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여성인권문제로 친구들이 많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또 "아직 해결이 안 된 문제는 외교 정치 갈등으로도 이어지고 거기서 다양한 피해가 파생되기도 한다"며 "처음엔 도덕적 차원에서 위안부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꼈던 친구들이 점점 다른 측면으로도 사안을 바라보며 내 이야기가 아닐까 고민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지난해 9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캠퍼스 안에서 평화나비네트워크 회원들이 깃발 꽂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평화나비 제공)

평화나비는 지지부진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끌어내기 위해선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맺었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허 대표는 "일본 정부는 한일 합의를 이유로 위안부 문제를 더 이상 언급하려 하지 않고, 우리나라도 합의를 폐기하지도 이행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 할머니들이 열 세분이 남아있는데 고령에다 몸도 좋지 않으셔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이번에 대통령이 되는 사람이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평화나비는 2월 다시 거리에 서기로 했다.

허 대표는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한 명씩 바꾸다 보면 세상도 변할 거라고 서로 다독이고 있다. 우리 활동의 영향으로 전시 성폭력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허수경 평화나비네트워크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09. dadaz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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