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렐 EU대표, 우크라 회담 '유럽 패싱' 경고…"지금은 얄타 시대 아냐"

기사등록 2022/01/06 17:36:33

"유럽 안보 논의서 EU·우크라 반드시 포함돼야"

"내주 유럽 외무·국방회담서 참여 방법 논의"

"러시아 우크라 공격시 심각한 대가 치를 것"

[루한스크=AP/뉴시스] 호세프 보렐(가운데)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 내 친 러시아 무장세력과의 경계 지역을 방문해 근무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2.01.06.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유럽연합(EU) 외교 정책 책임자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 사태와 관련해 "유럽의 안보 문제에서 유럽이 대화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미국과 러시아가 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우크라 동부 지역을 방문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더 이상 얄타 시대에 있지 않다"며 이 같이 말했다. 보렐 대표는 이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우크라 동부 루한스크 지역 내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경계 지역을 방문 중이다.

그는 "나는 이 회담들에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가 확실히 대화를 원한다면 그것은 체계화 돼야 하고 그 대화에 미국과 러시아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유럽 안보에 대해 이야기하길 원한다면 유럽인들이 반드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크라의 안전 없이는 유럽의 안보도 없다"며 "유럽 안보에 관한 어떤 논의에서도 EU와 우크라이나는 포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우리는 다음주 유럽 외무·국방장관 회의를 가질 예정이고, 미국 및 러시아와의 조율을 거쳐 회담에서 발언할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며 "좋든 싫든 그들은 우리와 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러시아가 우크라 침공을 강행할 경우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도 재차 경고했다.

보렐 대표는 "우크라에 대한 어떠한 군사적 공격도 막대한 결과와 심각한 대가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리는 확고한 입장과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회견에 함께 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 외무장관도 "러시아는 우크라 미래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얄타 회담은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둔 1945년 2월 4일~11일 미국과 영국, 옛 소련 등 3개국 정상이 크림반도 얄타에 모여 종전 후 문제 등을 논의한 회담이다. 보렐 대표의 발언은 많은 유럽 국가가 당사국이었지만 정작 회담에선 배제됐던 것을 상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폴리티코는 EU가 '완전한 참여'를 원하지만 러시아에 대해 일관성이 없거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것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해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을 때에도 EU 각 국은 경제제재 해제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는 것이다. 폴란드와 발트해 3국은 강경 노선을 요구했지만 EU와 서방 회원국들은 이보다 유화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는 유럽과의 회담에서 EU를 거치지 않고 각 회원국과 양자회담하는 것을 선호해 왔다며 보렐 대표는 1년 전 세르게이 랴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망신을 당했고 사임 또는 해임 요구에 직면하기도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오는 9~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우크라 문제와 러시아의 안보 보장 요구와 관련해 회담한다. 이어 12일엔 벨기에 브뤼셀에서 러시아·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담이, 13일엔 오스트리아 빈에서 미·러가 포함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담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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