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스님 "나는 하나의 아바타일 뿐이요 이 세상은 허상"

기사등록 2022/01/06 11:30:27
[서울=뉴시스] '아바타라 안심이다'. (사진=마음의숲 제공) 2022.01.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 플랫폼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다. 만약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메타버스, 즉 하나의 가상현실이라면 어떨까.

월호 스님은 '아바타라 안심이다(마음의숲)'에서 이같은 현상이 "안심, 또 안심"이라며 "아바타는 수없이 많으니까 언제든지 다시 만들 수 있고, 얼마든지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윤회의 고리"라고 말한다.

그는 "'나는 하나의 아바타일 뿐이요, 이 세상은 허상'이라는 마음가짐이 허무함과 나태로 빠지지 않고 '내 작품'이라며 인생을 활기차게 살아갈 용기를 부여하기 때문"이라며 "죽어도 다시 태어나고, 클리어할 때까지 도전할 수 있는 롤 플레잉 게임처럼 삶이 재미있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용이 방대하고 어려운 불교의 교리를 쉽게 풀어냈다. 이 책의 시작이자 핵심인 '아바타 명상'은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사람이 아닌 아바타로 여기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불교의 주요 경전인 '금강경'에 등장하는 가르침을 현대에 맞게 발전시킨 이 명상법은 2009년 개봉한 영화 '아바타'를 봤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화의 줄거리처럼 '진짜 나'는 어딘가에서 이 모든 상황을 관찰하고 있으며 몸을 통해 감각을 느끼고 머리를 통해 생각하는 '지금의 나'는 허상, 그러니까 영화 속 '나비족'과 같다는 것이다. 스님은 "이를 알아채는 것이 진짜 나를 찾는 길"이라며 "진짜 나를 찾으면 불안도 고통도 없는 세계가 열린다"고 강조한다.

이어 "'나'를 버리고 아바타로 바라보면 모든 기쁨과 슬픔이 한꺼번에 사라진다"며 "나에게 닥치는 모든 상황이 실은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복과 불행은 선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늘 함께 오는 것이어서 어느 하나만 오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아바타 명상의 목적은 결국 안심을 추구하는 것이다. 나를 비워서 내게 다가오는 모든 상황을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흘려내라는 월호 스님의 말씀은 '나'를 버리며 '나'를 쉬게 하라는 뜻이다.

"메타버스 세계관에서 아바타를 만들고 그 안에서 활동하는 것은 대면 수행의 좋은 연습이 될 수 있다. 메타버스 속 아바타가 나에게 영향을 미치더라도, 그것을 관찰하고 플레이하는 '진짜 나'는 따로 있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한다. '진짜 나'는 즐겁다. '진짜 나'는 행복하다. '진짜 나'는 항상 크고 밝고 충만하다."(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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