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긴 공수처 尹 사건들…또 결국엔 '대선' 뇌관으로

기사등록 2022/01/03 11:29:29 최종수정 2022/01/03 11:38:43

공수처, 고발사주 등 윤석열 사건 4건 결론 못내

대선 두 달 남짓 남아…수사결론 따라 영향줄 듯

검·경 선거영향 30여년간 계속…공수처에도 부담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의 정부혁신-디지털플랫폼정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22.01.02. photo@newsis.com

[과천=뉴시스] 고가혜 하지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수사가 모두 마무리되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대선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던 김진욱 공수처장의 다짐과 달리 대선을 두 달여 남기고도 수사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점점 대선에 미치는 영향도, 그에 따라 공수처가 얻게 될 부담도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고발사주 의혹' 수사팀(주임검사 여운국 차장)은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기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고발사주 의혹은 지난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이 조성은(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씨에게 전달한 범여권 인사 고발장 초안이 검찰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게 골자다.

수사팀은 지난해 9월 윤 전 총장과 손 전 정책관 등을 입건한 이후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왔으나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할 만한 핵심 증거나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정책관을 상대로 총 3차례 청구한 영장(체포 1회·구속 2회)은 모두 기각됐고, 범죄 혐의 소명이 부실했다는 지적과 함께 수사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수처는 최근 손 전 정책관은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김 의원의 직접 기소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국회의원 후보 신분이었던 김 의원은 공수처가 직접 기소할 수 없지만 손 전 정책관의 직권남용 혐의 공범으로 묶으면 함께 기소가 가능하다.

다만 또 다른 혐의인 공직선거법 위반으로는 김 의원을 직접 기소할 수 없다보니 공수처는 김 의원의 두 혐의를 묶어 모두 검찰로 보낼지, 아니면 공직선거법 부분만 이첩할 지 등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모든 의혹의 핵심인 윤 전 총장의 기소는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이 사건을 포함해 지난해 윤 전 총장을 총 4개의 사건으로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으나 결론이 난 사건은 아직 없다. 당초 고발사주에 이어 손 전 정책관을 소환함으로써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하려던 '판사사찰 문건 의혹'은 손 전 정책관의 입원이 길어지면서 무기한으로 멈춰 있는 상태다.

'옵티머스 펀드사기 부실수사 의혹'은 지난해 6월 입건된 이후 사실상 진행된 내용이 거의 없다. 그나마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은 주요 피의자 및 참고인들의 소환조사를 마치고 지난해 11월30일 윤 전 총장에게 서면 진술서까지 받아 4개 사건 중 가장 진척이 된 것으로 평가됐지만 이후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혹은 올해 초에 고발사주 의혹이나 한 전 총리 사건 등의 수사가 종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하지만, 공수처 내부에서는 아직 기소 의견을 묻기 위한 공소심의위원회도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2.30. photo@newsis.com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 이어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도 "대선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고 단언했지만 대선까지는 이제 두 달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윤 전 총장 등 대선 후보들은 올해 3월9일 열리는 대선을 위해 오는 2월 초에 후보 등록을 마친다. 공수처의 수사 결론이 늦어질 수록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선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유력 후보를 둘러싼 검찰·경찰의 수사는 지난 1992년 '부산 초원복국' 사건 이후로 계속돼 왔다. 당시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 등 8명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당선을 모의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검찰은 대선 11일 뒤에야 불구속 기소 결론을 내렸고, 김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승리했다.

또 검찰은 지난 2007년 대선을 2주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혐의 없음으로 종결해 이 전 대통령 당선에 영향을 미쳤으나, 수년이 흐른 뒤인 2020년 대법원은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자금 횡령 혐의를 유죄로 확정했다. 이처럼 당시 검찰·경찰의 수사는 선거를 눈앞에 두고 권력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실제 당선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

공수처는 이러한 한계를 타파하고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검찰 개혁'의 산물이지만, 출범 직후 야권 대선 후보인 윤 전 총장을 집중 겨냥하면서 이번 대선의 뇌관이 되고 말았다. 만약 공수처의 수사 결론이 더 늦어지고, 그 결과마저 과거 검찰의 모습을 답습한다면 대선에 개입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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