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으로 뜬 mRNA, 너도나도 확보 경쟁
바이오 위탁개발생산 연 10%씩 성장 전망
팬데믹에 임상도 진화…글로벌 '분산형' 규제 완화
[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코로나19 이후 대두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분산형 임상은 올해에도 각광받으며 세력을 확장할 전망이다.
mRNA와 분산형 임상은 코로나19 이전엔 크게 조명받지 못하다 갑자기 떠오른 영역이고, 위탁생산은 코로나로 급물살을 탄 사업이다.
먼저 mRNA는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가 이 기술 기반의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어내면서 꼭 확보해야 할 신기술로 등극했다. mRNA는 코로나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정보가 담긴 일종의 '설계도'다.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항원)을 만드는 mRNA가 DNA에 저장된 유전 정보를 세포핵 바깥에 있는 세포질에 전달해 단백질을 생성하고 면역계는 이 항원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낸다.
꼭 확보해야 할 기술로 꼽히는 것은 전통적인 백신에 비해 장점이 있어서다. 가장 큰 장점은 비교적 쉽게 새 후보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mRNA는 항원의 유전정보를 담은 염기서열만 갈아 끼워서 신속하게 변이용 후보를 도출할 수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는 오미크론 변이용 신규 백신 후보물질을 올해 1분기 내 도출하겠다고 한 원리와 같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통상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데만 2~3년 걸리지만 mRNA는 원형 바이러스 플랫폼만 있으면 변이용을 쉽게 개발할 수 있다"면서 "여기에 코로나 백신으로 확인된 높은 효능이 더해져,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쓰임새를 넓힐 전망이다"고 말했다.
현재 인플루엔자, 지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거대세포 바이러스(CMV) 등 감염질환에서 개발 중이다. 또 항암 치료백신으로도 연구 중이다.
국내도 mRNA 확보를 위한 걸음을 뗐다. 작년 6월 발족한 'K-mRNA 컨소시엄'에선 에스티팜이 지난 달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STP2104'의 임상 1상을 식약처에 신청했다. 올해 조건부 허가 및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작년 9월 출범한 벤처 주도의 'mRNA 바이오벤처 컨소시엄'에선 아이진과 큐라티스가 각 mRNA 코로나 백신 개발을 위한 1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까지 mRNA 코로나19 백신을 제품화한다는 목표다.
다만, 넘치는 수요에 비해 전문인력이 부족한 건 mRNA 영역의 한계로 꼽힌다. 국내의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2020년부터 기술 확보를 위한 인력 영입에 나섰지만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연구기관(대학 등)과의 공동 연구로 기술을 확보하려 해도 이 또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미 다른 기업·기관과 계약을 맺고 연구에 나선 경우가 많아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mRNA 전문가 부족 현상이 극심하다"며 "대학 쪽의 얘길 들어봐도, RNA 전문 교수를 찾는 연락이 계속 온다고 한다. 인력 부족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바이오 CMO 10%씩 성장 전망…팬데믹에 임상도 진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은 코로나19 이후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 공급과 물류에 차질이 생기면서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느냐가 국가의 경쟁력으로 직결되서다. 아스트라제네카 및 노바백스 백신의 원액~완제 생산을 맡은 SK바이오사이언스, 모더나 백신의 완제의약품 생산을 맡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크게 커진 이유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2021년 바이오인더스트리 모음집'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 개발 생산) 시장은 2020년 113.8억 달러에서 2026년 203.1억 달러로 연평균 10.1%의 고성장이 전망된다.
물살을 타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4공장을 구축하는 동시에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생산의 확대 계획을 갖고 있다. 작년 3월 프랑스 유전자·세포 치료제 CDMO 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한 SK는 미국 유전자·세포 전문 CDMO 기업인 CBM 투자를 위한 독점 협상도 진행 중이다. 차바이오텍은 작년 2월 미국 자회사를 통해 텍사스주에 세포·유전자 치료제 핵심 원료인 바이럴 벡터 제조설비를 갖춘 생산시설을 착공했다.
코로나19로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웠던 2020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에서 분산형 임상시험도 부상했다.
분산형 임상(Decentralized Clinical Trials·DCT)은 병원에 방문해야 가능했던 많은 부분을 모바일, 웨어러블 기기 등 IT로 대체한 방식이다. 환자 모집에서부터 진단, 임상데이터 수집, 모니터링, 처방에 이르기까지 일부 혹은 상당 분분에 원격 시스템이 적용된다. 환자는 모바일, 웨어러블 기기로 자신의 상태를 보고하므로 의료기관 방문이 줄고 기존 임상보다 시간·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미국 모더나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분산형 임상을 활용했다. 유럽의약품청(EMA), 미국 FDA, 영국, 싱가포르, 중국 등의 보건당국도 분산형 임상을 장려하는 지침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FDA 등 주요 규제기관은 분산형 임상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며 "국내도 전통적인 방법에 머물지 말고 팬데믹 상황에서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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