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70% "결정 못해"…표심 오리무중
눈치싸움…페미니즘 유튜브 출연 취소도
전문가들 "젠더 프레임 이용한 술수"
누구 찍을까…"20대, 정당 구속력 덜 가져"
[서울=뉴시스]최서진 권지원 기자 = 대선판이 20대 남성과 여성의 '젠더 투표장'이 됐다. 여느 때보다 젠더 이슈가 대선 정국을 뜨겁게 달구면서 각 후보들은 20대 표심을 얻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대가 차기 대선의 캐스팅보트로 부상해서다.
◆20대 표심 오리무중…'후보 결정 못해' 70.3%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다자 대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도는 37.4%로 집계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29.3%의 지지를 얻었다.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7%), 심상정 정의당 후보(4.2%), 김동연 후보(1%)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아직 뽑을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거나 지지 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고 응답한 이들의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여전히 대선 판세가 유동적인 셈이다.
`'내년 대선에서 투표할 후보를 결정했는가'라는 질문에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41.9%였다. 특히 18∼29세에서는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70.3%나 됐다. 지지 후보를 선택한 응답자 중 20대의 69.5%는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20%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괜히 자극 말자'…행보 하나하나 '조심'
각 정당 후보들도 혹여나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 심기를 건드릴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 30일 페미니즘을 비롯해 다양성을 지향하는 CBS 소속 유튜브 채널 '씨리얼' 출연을 결정했다가 돌연 퇴짜를 놨다. 20대 남성 커뮤니티 등에서 "이 후보가 출연하면 안 된다"는 비판 여론이 올라오면서다. 선대위 온라인소통단장인 김남국 의원은 "진지하게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결국 이 후보의 출연 결정은 취소됐다. 이 후보는 2030 남성 커뮤니티인 '펨코', '클리앙' 등에 직접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일부 20대 남성들의 페미니즘 혐오 현상과 관련해선 "내용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10일 '매타버스' 일정으로 진행된 대구 대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페미니즘 반대에) 동의가 안 돼도, 문제 해결이 안 돼도 (20대 남성 목소리를) 들어주기는 해야 했다는 반성이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윤석열 후보는 페미니스트로 꼽히는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와 범죄심리학 전문인 이수정 교수를 파격 영입하며 '이대녀' 구애에 나섰다. "건강한 페미니즘" 발언과 배우자 김건희 씨 허위학력 논란 등으로 돌아선 여성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동시에 강원도 철원 백골부대를 찾아 직업군인 수당 현실화, 병사 월급 인상 등을 공약으로 내걸며 '이대남' 달래기에 나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20대 정책에 골몰하고 있다. 안 후보는 준모병제 도입과 제대 후 1000만원 지급 등을 청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심 후보는 "내 인생 자체가 페미니즘"이라며 20대 여성의 지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젠더) 프레임을 오히려 이용하면서 거기서 기술적인 술수의 표를 얻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소장은 "이분법 프레임을 짜거나 무식한 소리를 하면 안 된다"며 "실질적인 절박한 문제를 해결 안 해주고, 이분법적으로 2030을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정치권이 이대남과 이대녀를 싸움 붙여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0대라고 해서 특별하게 바라는 거 없다. 20대가 가장 바라는 것은 경제회복, 일자리 창출, 부동산 해결"이라며 "스윙보터가 많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짚었다.
◆20대 표심, 어디로 흐를까…"모아지지 않을 것"
20대 유권자들은 오는 3월 9일 투표장에서 어떤 후보를 찍을까. 전문가들은 "한 쪽으로 모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대녀는 기본적으로 윤석열에 대한 네거티브가 강하다. 그들은 또 이재명에 대해서도 또 우호적이지는 않다. 제3지대 투표는 논외로 한다면 결국에는 막판에 윤 후보나 이 후보를 따지고 보면 반반으로 가지 않을까"라고 바라봤다.
20대 남성에 대해선 "이준석 사태와 페미니스트 영입을 하면서, 상당한 배신감을 느꼈을 거다. 서울시장 선거 때도 문재인 정권을 응징하지 않았나. 이번에도 그러면 (윤 후보에 대한) 상당한 응징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금 이대녀들은 팔짱끼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대남은 현 여권에 부정적이지만, 집토끼식으로 윤석열 후보에 충성도 높은 지지를 보이는 건 아니니까 지금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2030 세대가 정치의 효용을 일찌감치 경험한 세대이고, (사안에 대해) 정직하게 반응한다. 특정 정당에 대해 구속력을 덜 갖는다"며 "어떤 사람이든 잘 할 것 같으면 신임을 해보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형식 소장은 "2030 세대는 이념과 지역주의로부터 자유로워서 프레임을 걸고 이분법으로 몰고 다니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며 "좋은 일자리와 주택 정책을 제시해주는, 그것을 해결하는 정치인들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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