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北비핵화를 위한 대화재개 수단 될 수 없어"
베이징 올림픽 참가 여부에 "우리 국익에 따라 판단해야"
"일본과 5년간 관계 소원…결국 우리 국익 해치는 결과"
"코로나, 유엔 초기 대응 시기 놓쳐...다자협력 복원해야"
반 전 사무총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반기문재단에서 진행된 뉴시스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종전선언, 베이징 올림픽 참여, 코로나19 사태 등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종전선언에 대해 "정부는 종전선언을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입구, 수단으로 유용하다고 주장하면서 우리 외교 역량의 전부를 쏟아 붓고 있다"며 "종전선언은 하나의 수사적 선언, 정치적 선언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화 재개의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북한의 비핵화 초점을 흐리게 하는 역효과만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국민의 대북 안보태세를 해이하게 하고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며 "또 북한으로 하여금 유엔사를 해체하고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합동 군사훈련의 폐지 등을 주장하는 빌미만 제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이브람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24일 미국의 목소리(VOA) 인터뷰에서 "저의 의문은 종전선언을 하면서 무엇을 얻으려는 건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회의적인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반 전 총장은 "내용이 무엇이든 (북한이) 종전선언에 설령 합의하더라도 지금까지의 북한 태도를 볼 때 그것을 온전히 지킬 것이라는 기대도 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 근거로 북한이 1991년 12월 '한(조선)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합의도 북한이 핵 사용만 안하고 있을 뿐 전부 파기했다고 설명했다.
또 2018년 9월 '9.19 남북군사합의'또한 서해우리공무원피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사실상 파기됐고,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8번의 남·북·미 정상회담 역시 북한의 술수로 무위로 돌아갔다고도 했다.
반 전 총장은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잘못이지만, 두 번 속으면 속는 사람이 잘못'이라는 말의 의미를 잘 새겨야한다"며 "지금은 종전선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도록 끈기있고 일관성 있게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UN·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빈틈없이 지켜가면서 대화에 나오도록 압박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미국 등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하는 상황에 우리 정부가 참여해야하는지 여부에 대해 "우리의 국익에 따라 판단하여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외교는 국가 이익을 지행해야 하면 이는 모든 나라들과 마찬가지"라면서도 "다만 우리의 환경을 고려해 가장 국익에 적합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국제적인 협력을 지향해야 하며 이는 안보이익과 경제이익에 모두 적용되는 중요한 지향점"이라며 "우리는 오랫동안 세계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우리의 경제규모도 성장하는 방식을 취해 왔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주요 국가들과의 경제적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그런데 지난 5년 동안 일본관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우리 국익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중국과의 관계는 미중관계의 틀 속에서 정립해야 하겠지만 중국에 편향된 인상을 주게 되면 우리는 미국과의 신뢰관계를 손상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우리의 유일한 동맹국이며 중국은 우리와 최대 교역국이며 밀접한 경제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너무 물질적인 이익만 추구하게 되면 가치에 입각한 원칙을 손상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 전 총장은 "다만, 올림픽과 같은 경우에는 스포츠 행사이며 스포츠를 통한 평화 추구라는 유엔의 결의도 있는 만큼 우리의 국익에 따라 판단해 결정하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유엔사무총장 재직 중이었던 2014년 에볼라 사태 대응을 지휘해 극복한 경험이 있다. 2년째 전세계가 고통받는 코로나19 대응과 에볼사 사태 대응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에볼라와 코로나 사태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국제적 다자협력의 체제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했는가에 있다"며 "결론적으로 이러한 체제는 에볼라 사태에서는 잘 작동되었지만 코로나 사태에서는 잘 작동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창하며 WHO(세계보건기구)에서 탈퇴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다른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줘 대다수 국가들이 자국에 우선집중하게 됐다"며 "각자도생의 상태가 됐고, 자체 역량이 부족한 개도국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특히 백신의 확보도 일방적으로 선진국에게 집중됐다"며 "무방비 상태가 된 개도국들에서 코로나 변이가 생기고 다시 선진국에 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에볼라 사태의 경우를 보면 초기에 국제적 다자협력이 잘 작동했다"며 "2014년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발생해 전파되기 시작했을 때 유엔은 안보리가 결의안을 채택하여 회원국들의 지원을 촉구했다. 또 제가 직접 아프리카 4개국을 직접 방문하고 미국,영국, 프랑스는 군대를 파견해 국경폐쇄를 해 에볼라 보균자들의 이동을 방지했다"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코로나 초기 대응에서 유엔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으며 전유엔 체제를 동원하고 국제적 협력을 도출하는 대응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며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다자협력을 복원해야한다. 백신과 정제형 치료제(먹는 치료제)의 생산과 배분에 대해 국제적인 협력 체제를 통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정 타결을 이끌어낸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후 파리기후변화협약과 WHO에 재가입했다.
그는 '파리 기후변화협정'에 대해 "제가 2007년 1월 유엔사무총장 직무를 시작하면서 10년 임기 내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핵심과제였다"며 "남극과 북극, 아마존 정글, 그린란드와 아랄 해 등 세계 각지를 분주히 돌아다니면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적극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파리기후협약 탈퇴 결정은 매우 실망스러운 조치였으나, 천만다행으로 2021년 1월에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파리협약에 즉각 복귀함으로써 국제사회를 안심시켰고, 저 또한 안도감을 느꼈다"며 "현재 미-중 간의 전방위적 대결 상황 속에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글래스고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의 경우에서 보듯이 중국과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력을 계속 모색하고 있는 점은 지구촌의 장래를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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