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수십곳 언론사 120여명 통신조회
언론사 기자 상대로는 4명 일명 통신영장
영장 아닌 통신사실 확인 자료 허가 요청
공수처장 "박지원도 조회…사찰 전혀 아냐"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수십곳의 언론사 소속 기자 120여명을 상대로 이동통신사 가입자 조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TV조선과 중앙일보 기자의 통신사실 확인자료(일명 통신영장 대상 정보)를 확보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통신조회와 통신사실 확인자료 차이는?
수사기관은 이동통신사에 특정 전화번호 가입자의 성명, 가입일, 해지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요청할 수 있다. 흔히 '통신 조회'라고 부르는 일이다. 최근 다수의 언론사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이 대상이 됐다.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통신조회와 달리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를 얻어 이동통신사로부터 확보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압수수색 영장과도 다르다.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청은 통신비밀보호법 조항을 근거로하고 있다.
통신사실 확인자료로는 가입자의 통신 일시, 발·착신 통신번호 등 상대방의 가입자번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수사기관은 이렇게 확보한 휴대전화 번호를 바탕으로 통신 조회를 해 피의자의 통화 상대방을 확인하는 것이다.
공수처가 TV조선, 중앙일보 기자 가족의 통신 조회를 진행한 것을 바탕으로 추정하면, 공수처가 해당 기자들의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기자 단체 대화방 참여자들의 전화번호를 확보해 통신 조회를 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 받은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신내역 등을 확보할 수 있는 통신사실 확인자료와 달리 특정 전화번호 이용자가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및 참여자 명단을 알기 위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이 별도로 필요하다.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청…법원, 95% 허가
대법원은 2021년 사법연감을 통해 지난해 수사기관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요청은 5만9978건이 있었다고 집계했다. 그 중에 5만6971건이 허가를 받아 발부율은 95%로 조사됐다.
법원과 법조계 안팎의 설명을 종합하면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을 심리하는 기준은 압수수색 영장과 유사하다고 한다. 지난해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은 91.2%였다. 구속영장의 경우 청구된 영장 중 82%만 발부됐다.
형사소송법은 압수수색 영장 발부의 범죄혐의의 정도는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으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최초의 혐의' 내지 '단순한 혐의'와 같은 의미의 범죄 혐의의 정황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이번 공수처의 대규모 통신조회는 저인망식 수사로 인한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피의자의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바탕으로 수백명의 통신사실을 조회해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통신조회 허가 받으라"…헌재 5년 심리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2016년도에 이미 수사기관의 통신조회가 법원의 통제 없이 진행되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통신사실 확인자료가 아닌 통신조회 만으로도 주민등록번호를 확보할 수 있어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6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이 낸 헌법소원을 5년째 심리 중이다. 민변 등은 통신조회 근거 조항이 과잉금지원칙과 명확성 원칙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공수처는 적법한 수사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적법한 절차였으며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박지원 국정원장도 조회해 사찰도 전혀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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