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 툰베리 "자폐 성향 덕분에 옳은 일 할 수 있었다"

기사등록 2021/12/28 13:55:01 최종수정 2021/12/28 14:54:40

학생 환경운동가 툰베리, 미 WP와 인터뷰 진행

"기후 변화 당장 해법 마련해야…지금도 늦었다"

"팬데믹에 사람들 생각 급변…기후 변화도 같아"

[글래스고=AP/뉴시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운데)가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가운데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툰베리 등 청년 환경 운동가들은 세계 지도자들이 지구 온난화 문제와 관련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을 비난했다. 2021.11.02.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18살 고등학생으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인터뷰 기사를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게재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이다.

2018년 말 스웨덴 의회 앞에서 세계가 즉각 기후변화 방지에 나서도록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면서 스웨덴의 모든 학교가 동참했고 다른 나라들에도 확산했다. 청소년 중심의 '프라이데이즈 포 퓨쳐'(Fridays for Future)라는 전세계 연대파업운동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툰베리는 이후 세계경제포럼(WEF), 영국 의회, 미국 의회, 최근에는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유엔기후회의 COP26에서도 연설했다.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영구적인 경제 성장이라는 환상"으로 미래 세대를 망치고 있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그가 남긴 말이 세상에 널리 퍼졌다. "당신들은 헛된 말로 감히 나의 꿈과 어린 시절을 도둑질하고 있다."

스톡홀름에 사는 툰베리를 인터뷰했다.

▲COP 26을 실패이며 PR 행사라고 했는데.

"최종 문서에서 많은 것들이 얼버무려졌다. 큰 성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5년 전보다 한발 진전된 것이 사실이니까. 그렇지만 목표를 키우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도 없다."

▲얼버무려졌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

"이번 문서에 처음으로 '화석 연료'라는 단어가 포함됐다. 수십년 동안 사람들은 화석연료가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의아스러운 일임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석탄 사용을 "중지"하지 않고 "줄인다"고 했다. 그게 한 예다. 또 청정기후펀드에 대한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 북반부 나라들이 주기로 이미 약속한 돈인데도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하고 미뤄졌다."

▲COP 26 회의의 긍정적 측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외부의 압박 없이 현재 시스템으로는 기후 위기문제를 풀 수 없을 것임이 드러난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서 변화를 요구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이번과 같은 대규모 행사는 사람들을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기회다."

▲현재 추세라면 11년 이내에 대기 온도가 1.5도 상승할 것이라는 기사가 있다. 당신의 생각은.

"우리에게는 남은 시간이 거의 없다. 일단 임계점을 넘은 뒤에는 되돌릴 방법이 없게 된다. 또 1.5도 상승 자체도 안전한 수치가 아니다. 지금도 이미 1.1~1.2도 상승해 사람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미래의 일만이 아닌 것이다.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증언하지만 무시되고 있다."

▲처음 환경문제를 인식한 게 언제인가? 어떻게 행동을 하게 됐나.

"처음 학교에서 기후위기에 대해 들은 건 7살, 8살, 9살 때였다. 갈수록 큰 문제인데도 제대로 된 대응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엔 작은 일부터 시작했다. 빈 방의 전등을 끄고 비행기 여행을 중단하고 새 물건을 사지 않기로 했다. 채식주의자로 시작해 완전 채식만 한다. 단체에 가입해 시위에 나서고 청원도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어떤 계기로 보다 큰 행동에 나서게 됐나.

"다른 청소년들과 줌으로 환경문제 시위를 논의하던 중에 이게 좋은 방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학교 시위에 대한 내 생각을 밝혔지만 반응이 미지근했다. 친구들은 '먹고 마시면서 기분좋게 기후위기를 교육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식'이었다. 그래서 줌을 끊고 나혼자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게 15살 때였지.

"맞다. 단지 누군가 나서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래서 학교 휴교 시위를 하기로 했다. 그러자 많이들 참여했고 전세계적 운동이 됐다."
[서울=뉴시스]'그레타 툰베리' 스틸(사진=영화사 진진 제공)2021.06.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위기를 심각하게 느낀 계기는.

"부모는 물론 학교 친구들도 모두 기후위기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면서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나는 자폐성향이 있어서 사람들이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을 싫어했다. 아빠가 '이 SUV가 멋지다. 사야겠다'고 말했을 때 '기후를 걱정한다면서요?'라고 반문했었는데, 당시 속이 무척 상했다.

▲자폐나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이 더 많으면 기후변화 문제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다는 뜻인가.

"물론 그런 뜻이 아니다. 그렇지만 자폐로 사람들이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고 행동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정상적인 많은 사람들이 유별나 보이지 않도록 하려고 대세를 따른다. 문제를 일으키려 하지 않는다. 위기 상황에서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는 해로운 점이다. 누군가는 벼랑끝으로 가고 있다고 말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어린 소녀로부터 전문가들인 성인이 불편한 진실을 듣게 만들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효과를 냈다고 보는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젊은 사람들이 아주 많다. 나만 주목받은 것이 아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나를 주목했다. 우리는 단도직입적으로 요점을 공략했다. 얼버무리는 것을 싫어했다. 불편해지는 것을 겁내지 않았다. 인기가 없어지는 것도 겁내지 않았다. 조롱당하고 위협도 당했다. 그렇지만 옳은 일을 하고 있기에 여전히 많은 것들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인기를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는 지구를 걱정한다."

▲일이 성사되도록 하려면 외교적 타협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얼버무린다는 당신의 비판이 이들이 일하는데 방해하지 않을까.

"언론이 늘 그렇듯 10분 동안 한 연설에서 20초만을 끄집어내 비민주적이고 포퓰리스트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이 아니다. 일부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해한다. 타협도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물리법칙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한 발 물러서서 지금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

▲전략적으로 "사람들이 내가 이렇게 말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들의 나태함을 깨우칠 충격 요법을 제시하겠다"고 느끼나.

"유엔 총회에서 연설할 당시 나는 "어떻게 감히"라고 말했다. 나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감정적으로 화를 낸 것으로 전달됐다. 그래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으니 사실만 말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마드리드 COP 25 회의 땐 숫자와 사실들만 말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주목했지만 아무도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내가 말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뉴스가 됐다. 그래서 놀라도록 하기도 한다. 적절한 단어인지는 모르겠다."

▲세계 지도자들 가운데 존경하는 사람은. 바이든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서 기후변화 지도자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건 이상한 일이다. 미국은 화석연료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뭐냐'고 묻곤 한다. '정치인들에게 무얼 바라느냐'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말한다. 무엇보다 위기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알지도 못하는 위기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스웨덴은 실제 배출되는 탄소의 3분의 2 이상을 계산조차 안한다. 그러면서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나. 말만 하는 꼴이다."

▲지금은 청소년들의 우상이지만 한때 따돌림을 당했었는데.

"맞다. 처음 파업을 시작할 때 겁이 났다. 지금 많은 청소년들이 동참하는 게 아직도 어색하다."

▲따돌림 당하는 다른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알게 모르게 따돌림 당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아이들도 아주 나쁠 수 있다. 그래도 남과 다른 것은 나쁘지 않다. 나를 포함해 기후운동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남들과 다르지 않으면 다른 미래, 다른 세계를 꿈꿀 수 없다. 세상에는 틀에박힌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이 필요하다. 남들과 다르다는 건 축하받을 일이다."

▲국제 지도자들까지도 과도한 칭찬과 심한 비난을 하는데 어떻게 대처하는가.
[밀라노(이탈리아)=AP/뉴시스]1일 스웨덴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연설 중이다.2021.10.08.
"모르겠다.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냥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한 남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신경쓰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예전처럼 부모와 학교선생 여동생하고만 대화를 할 때보다는 나도 많이 달라졌다. 세상을 향해 발언하고 있는 건 큰 변화다. 세상 누구도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식으로 터져 버렸다. 그렇지만 난 내가 남과 다르다는 사실만 생각했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신경쓰지 않았다.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30년 뒤 성공했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어떨 것 같은가.

"모르겠다. 앞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기 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 무슨 일이 벌어지든 우리가 신경쓰지 않는다면 결과는 아주 아주 나쁠 것이다."

▲쉬고 싶을 땐 어떻게 하나.

"종종 휴식한다. 지금 이 일을 한다고 해서 다른 일은 아예 못하는 게 아니다. 여러 일을 하고 있다. 학교도 다닌다. 그렇지만 기후에 대해 말한다. 그래서 벗어나지 못한다."

▲선생님들이 질문을 많이 하나.

"(웃으며 학교에서) 기후 역할 놀이를 한다. 여러 나라 입장을 맡아서 기후회의를 하고 연설도 하고 결의안을 만든다. 나는 사우디아라비아역를 할 것이다."

▲멋진데.

"모든 것을 못하게 할 셈이다. 결의안이 나오지 못하도록 할 거다."

▲처음 스웨덴 의회 앞에 나서서 결석시위(SKOLSTREJK FOR KLIMATET)를 시작했을 때부터 몇년이 지난 지금 희망이 더 생겼나.

"모르겠다. 어떤 면에선 더 나빠졌다. 대기속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졌고 전세계 배출이 여전히 신기록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동안 얼버무리기만 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뭉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됐다. 희망을 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실제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겼다. 위기를 위기로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이 더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 때 해낼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부터 배울 수 있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과학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생각한다. 백신을 시급히 만들어내야 할 때 만들 수 있었다. 정말 집중하면, 정말 원한다면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정치적 의지가 부족해 머뭇거리고 있다. 기후문제를 우선시하지 않는다. 배출을 줄이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다. 현재의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목표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할 수 있다. 그러기에는 우리가 너무 늦게 시작했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세계 지도자들이 너무 늦게 나선 것이다. 당장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30년 전에 시작했다면 훨씬 쉬웠을 지 모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다만 팬데믹으로 사회 규범이 빠르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점에서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팬데믹이 최악일 때 사람들하고 악수하고 다녔다면 누구도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팬데믹 이전에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했다. 하루밤 사이에 사람들 생각이 변한 것이다. 이 점이 (기후 문제에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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