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사모펀드(PEF)가 인수했던 기업을 다른 사모펀드에 넘기는 방식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딜'이 활발했다. 풍부한 유동성과 성장 기대감에 힘입어 PEF의 주요 엑시트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M&A 시장에서 PEF가 다른 PEF의 포트폴리오 기업을 인수하는 '손바뀜' 거래가 두드러졌다.
국내 PEF 운용사인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센트로이드PE)가 글로벌 골프용품 업체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센트로이드PE는 미국 PEF 운용사 KPS캐피탈파트너스로부터 테일러메이드를 1조9000억원에 인수했다. 해당 거래는 '조 단위' 크로스보더 딜(국경간 거래)로도 주목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H&Q코리아로부터 국내 취업포털 1위 업체 잡코리아를 인수했다. 지분 100%를 약 9000억원에 사들였다. H&Q는 2013년 잡코리아 투자 이후 약 8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했다. 올해 2월 진행된 본입찰에는 어피너티 외에도 다양한 PEF들이 참여한 바 있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는 해양에너지와 서라벌도시가스 지분 100%를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KIF)에 약 8000억원에 매각했다. 글랜우드PE는 2018년 말 GS에너지로부터 해양에너지·서라벌도시가스를 약 6000억원에 인수한 지 2년 반 만에 투자금을 회수했다.
기존에는 PEF가 내놓은 매물을 기업이 인수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PEF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 주류였다. 올해는 풍부한 유동성과 더불어 기업들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PEF들이 세컨더리 딜을 꺼리지 않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성장성 있는 기업은 다른 PEF로부터 인수한 후에도 가치를 끌어올려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PEF 간 '손바뀜'은 계속됐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보유 중이던 투썸플레이스는 글로벌 PEF 운용사 칼라일그룹이 품었다. 거래 규모는 8000억원 가량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앵커에쿼티가 투썸플레이스 지분 100%를 확보한 지 약 1년 반만이다. 앵커에쿼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외식업계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투썸플레이스를 성장 시켜 엑시트에 성공했다. 칼라일은 7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바이아웃 딜을 성사시켰다.
VIG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 기업인 바디프랜드는 스톤브릿지캐피탈가 품게 됐다. 지난달 VIG파트너스는 스톤브릿지를 바디프랜드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VIG파트너스는 2015년 투자한 바디프랜드를 6년 만에 매각하면서 2호 펀드 청산에 다가섰다.
IB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M&A 시장에 PEF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성장성 높은 기업들을 인수하는 세컨더리 딜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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