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코로나19 환자 중증화 예방에 주로 사용돼 온
일라이릴리·리제네론 치료제 효과없어 공급 중단 결정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항체치료 아직 생산 충분치 않아
효과 확인 화이자·머크 먹는 치료제 아직 공급 태부족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 정부가 리제네론(Regeneron)·일리야릴리(Eli Lilly)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사용 중단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 병원과 제약회사 등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데 필요한 항체치료제가 부족해 비상이 걸렸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미크론 이전까지 미국 의사들은 코로나19 환자 치료 과정에서 중증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단일항체치료제를 집중 사용해왔다.
그러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세가지의 단일항체치료제 중 기존에 널리 사용돼 온 리제네론사와 일라이릴리사의 제품이 오미크론 변이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 보건당국은 두 치료제의 보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글락소스미스클라인사가 최근 개발한 단일항체치료제는 오미크론 변이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 항체치료제는 아직 생산이 본격화되지 않아 공급이 크게 달리는 형편이다.
뉴욕프레비스탄 뉴욕대 랭곤병원과 마운트사이나이 병원 관리자들은 최근 가장 많이 사용돼온 일라이릴리사와 리제네론사의 항체치료제를 환자들에게 투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콜럼비아대학교 감염병전문가 대니얼 그리핀은 "지난주에 발생한 큰 변화다.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주 미국 코로나 환자의 73%가 오미크론 감염자라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밝혔다. 2주전 12%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오미크론에 효과가 있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사의 항체치료제는 최근에 승인된 소트로비맙이다. 그러나 아직 생산이 충분하지 않다. 미 정부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게 내년 초까지 더 많은 분량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당국자들은 항체치료제를 대신할 수단으로 화이자사와 머크사의 먹는 치료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두가지 약품은 고위험 환자들의 중증화를 막을 수 있다. 화이자사의 팍슬로비드가 특히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며 오미크론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두가지 약품 역시 초기에는 공급이 원활치 않을 전망이다. 그렇더라도 단일항체치료제에 주로 의존해온 의사들로선 이들에게 이들 약품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교 약학과장 봅 워처박사는 항체치료제 부족에 대해 "몇 주 전보다 코로나에 감염되면 위험이 더 커진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미국 전역에 공급된 단일항체치료제는 모두 6만8000회분이다. 리제네론사 제품이 가장 많고 일라이릴리 제품이 두번째다.
몇 달 전 일라이릴리사의 항체치료제는 브라질에서 시작돼 지난 봄 여러 나라에 확산한 감마 변이에 효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다만 델타 변이는 리제네론사와 일라이릴리사 모두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널리 사용돼 왔다.
그런데 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발견된 직후부터 연구자들이 항체치료제가 효과가 있는 지를 검증한 결과 리제네론사와 일라이릴리사의 항체치료제가 효과가 거의 없음을 확인했다. 다만 소트로비맙은 효과가 있었다.
소트로비맙은 개발자들이 코로나 감염자의 혈액이 아닌 2003년 사스 감염자의 혈액을 기반으로 개발한 것이다. 이들은 사스로 생긴 항체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뉴욕 브루클린의 시립병원 의사들은 리제네론사와 일라이릴리사의 치료제를 매일 100명의 환자에게 투여하고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항체치료제는 몇 주 째 공급이 안되고 있다.
연방정부는 소트로비맙 1인분당 2100달러(약 249만원)의 가격에 45만명분을 주문했고 가을부터 공급을 시작했다. 그러나 오미크론이 발생하면서 정부가 오미크론의 위험성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까지 공급을 중단했다.
이후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는 것을 확인한 정부가 5만5000명분의 소트로비맙을 전국에 공급하기 시작해 이번 주에 공급이 시작된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사는 1월까지 30만명분을 추가로 미 정부에 납품할 예정이다.
그러나 중서부 지역까지 오미크론이 확산할 경우 소트로비맙의 공급이 크게 부족할 전망이다.
미시간주 헨리포드 내과의사협회장 브루스 무마박사는 항체치료제 공급이 이미 부족한 상황이어서 의사들이 환자들의 성화에 시달릴 것이라면서 "환자가 조금이라도 더 늘면 감당하기 어려운데 오미크론으로 이미 그런 상황이 오는 것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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