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고분군서 1500년 전 대가야 제의시설 발견

기사등록 2021/12/19 14:04:55
[고령=뉴시스] 박홍식 기자 = 경북 고령군에서 1500여 년 전 대가야 때 만들어진 제의시설이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19일 고령군과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제의시설은 대가야를 포함한 가야문화권에서 처음 확인된 것이다.

문헌에 기록되지 않은 대가야국 국가제사 존재를 실증적으로 증명해주는 자료로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고분군은 고령군 대가야읍 중화리 일원의 '고령 연조리 고분군(제1·2호분)'의 5~6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산성을 중심으로 남쪽에 있는 고령 지산동 고분군의 하위 고분군으로, 봉토분 65기와 석곽묘 300여 기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령군은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지난 7월부터 연조리 고분군 제1·2호분의 발굴조사를 시작했다.

이 조사를 통해 기존에 고분으로 알려진 제1호분이 고분이 아니라 대가야의 제의 시설임을 확인했다.

추가 사실 확인을 위해 제의시설 관련 배례공간에 대한 추가 시굴조사도 진행 중이다.

제의시설은 외곽에 돌을 쌓고 안쪽에는 흙을 채워 만든 토석제단 구조로 아랫단은 원형, 윗단은 정사각형(정방형) 형태다.

남아있는 시설의 전체 규모는 지름 10m, 높이 1~1.4m 정도다.

아랫단은 지름 10m 정도의 평면 원형으로 북쪽과 서쪽의 일부만 비교적 큰 깬돌을 바깥으로 면을 맞춰 안정되게 남아있다.

토석제단의 내방외원 형태는 기본적으로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우주관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

대가야의 국가제사에 대한 직접적인 기록은 없다.

그러나 신라의 국가제사에 대한 '삼국사기'의 기록과 큰 행사에 소를 잡아 제사를 지냈다는 신라비(新羅碑)의 기록으로 볼 때 대가야에서도 국가 또는 세력집단의 제사가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제의시설은 출토된 유물의 특징과 속성으로 보아 6세기 전엽에 조성됐을 것으로 보인다.

남쪽으로 토석제단을 파괴하고 조성된 6세기 후엽으로 추정되는 석실의 존재를 토대로 신라병합 후 그 기능이 없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윗단 북쪽 기단부 아래에서 사각의 구덩이(수혈) 1기도 확인됐다.

내부에는 목탄과 태운 흙인소토를 포함한 점토가 채워져 있었다.

목탄의 방사성탄소연대측정결과, 기원후 400~440년, 즉 5세기 전엽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구덩이는 상부에 조성된 토석제단 설치 전에 사용되던 비슷한 성격의 제의시설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대가야 왕도의 중심 고분군인 고령 지산동 고분군과 관련된 제사시설로 추정되는 지점도 확인돼 대가야 국가제사의 실체를 밝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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