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위기 심각…응급실 입실 어려워
심폐소생술 필요 환자 응급실 입실도 못해
의료진 감염·격리 반복 이미 지칠대로 지쳐
인력 충원·환자 관리 시스템·민관 협력 필요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화홍병원 응급의학과 과장)은 "응급실 의료진들은 기존 응급환자 진료와 함께 코로나 확진자도 돌봐야 한다"면서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하다 확진돼 격리되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번아웃(burnout·소진)상태"라고 전했다.
하루 확진자가 나흘 연속 7천명 넘게 쏟아지고 위중증 환자도 역대 최다인 1016명(18일 0시 기준)까지 나오자 의료의 최전방인 응급의료 현장의 절규가 커지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5시 기준 수도권 중증 병상 가동률은 85.7%에 달했다. 서울과 경기는 각각 85.7%, 84.0%로 집계됐고, 인천은 92.7%로 90%를 넘어섰다. 수도권에 남은 중증 병상은 120개이지만 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데다 백혈병·암 등 기저질환자 감염에 대비해 일부는 비워둬야 해 사실상 포화상태다. 수도권 내 전체 병상 대기자는 975명(병원 입원 대기자 562명·생활치료센터 입소 대기자 413명)이다.
응급의료는 이미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코로나 환자나 다른 호흡기 증상을 가진 환자가 많아 응급실 입실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심폐소생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응급실에 입실조차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사흘째 대기하던 환자가 응급실 격리실에서 상태가 악화돼 심정지가 와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거센 코로나19 확산세로 위중증 환자도 늘어 일반 중환자에게까지 영향이 미치고 있다. 위중증 환자 증가로 중환자실이 포화돼 응급실에서 기존 응급환자 뿐 아니라 코로나 중환자도 진료하고 있어서다. 병상과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재택치료가 어려운 확진자들이 병상이 없어 응급실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일반 중환자에 투입될 의료대응 역량은 줄어들고 있다.
이달 초 진통은 있는데 태동이 없는 경기지역 임신 35주 차 코로나19 확진 산모는 인근에 코로나 전담병원 병상이 없어 입원 가능한 병원을 수소문해야 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우리 병원 응급실에서라도 분만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을 설득했지만 감염관리실에서 거절해 결국 수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환자와 접촉한 응급실 의료진은 감염과 격리를 반복하면서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태다.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급히 응급 환자를 받느라 방호복도 입지 못한 채 심폐소생술을 한 전공의 1명이 코로나에 확진돼 중환자실에 입원하기도 했다. 전공의, 간호사 등 의료진 이탈도 심각하다.
최 이사는 "간호사들이 도저히 못 버티겠다며 계속 나가고 있다"면서 "최근 응급실을 증축해 병상이 10개에서 20개로 늘어 20여 명을 더 뽑아야 하는데, 간호사가 오히려 16명에서 9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간호사는 "위중증 환자 접촉이 일상이 되려한다"면서 "몰려드는 환자들로 동료들이 연달아 그만두면서 과부하가 걸려 정신병에 걸릴 것 같다. '혹사' 수준이 아닌 '갈아서 쓴다'라는 말이 맞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응급의료 체계 붕괴를 막으려면 감염 위험에 쉽게 노출돼 있는 응급실 의료진의 격리나 이탈 등에 따른 인력 충원, 체계적인 환자 이송·배정 시스템, 긴밀한 민관 협력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이사는 "응급실은 확진자가 언제든지 나올 수밖에 없는 공간이고, 델타변이는 무증상 감염이 많아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만큼 격리 등에 따른 인력 충원이나 보상이 필요하다"면서 "심근경색, 뇌출혈 등 기존 응급환자 진료 시스템을 유지한 채 코로나 확진자 또는 의심 환자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응급의학의사회 차원에서)정부와 의료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여러 차례 건의했다"면서 "이제 정부가 화답할 때다. 응급의료의 현실을 직시하고 분석해 준비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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