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진의 역사에서 헌사'…박주석 '한국사진사'

기사등록 2021/12/14 06:01:00 최종수정 2021/12/14 10:16:43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척박한 사진 문화의 현장인 한국 땅에서 제대로 된 대접 한번 받지 못하면서도 사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오신 선배 작가와 비평가 그리고 기관 활동가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한국사진의 역사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사진의 아키비스트로, 한국사진을 발굴하고 알리는 큐레이터로 활동해온 박주석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한국사진사’(문학동네)를 펴냈다.

집필에서 완성까지 30년 동안 수록한 도판 총 300여 점, 원고지 약 3000매에 달하는 분량으로, 우리나라 사진 도입에서부터 현대미술의 중심에 선 현재까지 한국사진의 역사를 총망라했다.

‘한국사진’의 역사적 연구와 조망은 ‘한국사진역사전’(1998)과 최인진의 ‘한국사진사 1631-1945’(1999)를 끝으로 20여 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저자는 이러한 한국사진사의 지체 현상을 타개하고, 지난 세기를 잇고 다가올 시대를 열고자 반평생을 쏟아 부어 이 책을 완성했다.

이 책은 한국사진의 역사를 통시적·공시적으로 정리한 최인진의 계보를 잇는 동시에 기존 연구의 사각(死角)을 밝히고 저자만의 사관(史觀/寫觀)으로 새로이 써내려갔다.

이 책은 한국사진의 역사가 곧 한국 근현대사가 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은 물론, 과거와 현재가 동양과 서양이 미시와 거시가 끊임없이 교통하며 이룩해낸 사진의 다층적 의미를 분석하고 한국사진의 독자적인 존재론까지 나아간다.

12개 주제를 통시적으로 배열해 한국사진의 역사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장마다 있는 부록에는 동시대 흐름이나 주류에서 비켜나 있으나 한국사진의 미학에 큰 영향을 준 선각자들, 사회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단체와 사건을 다뤘다.

"미술의 역사가 알려주듯 사진의 등장은 결코 우연한 과학적 발명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시각 커뮤니케이션의 발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한 자기표현의 방식이며, 미술이라는 거대한 맥락에서 하나의 표현 양식으로 나타난 도구적 가치인 동시에 그 자체로 하나의 가치체계였다. 다시 말해 사진은 객관적이고 고정적인 사실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사진가가 만들어낸 이미지에 불과하며, 실재를 그대로 비추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착색되고 역사적으로 각인되고 사회적으로 기능하는 복잡하고 중층적인 이미지인 셈이다." (5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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