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의학회, 환자 상태 따라 4단계 우선순위 제시
"우선순위에 사회적 합의 있어야 윤리적 논란 해소"
"의사 2인 이상 합의로 입퇴실 결정하는 방식 고려할만"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 입실 필요한지는 생각해봐야"
[서울=뉴시스] 안호균 신귀혜 기자 =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대유행으로 병상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중환자실을 배정하는 우선 순위와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8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최한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중환자 병실 우선배정 기준안 마련 토론회'에서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병실을 배정하는 입퇴실 기준을 보면 중환자실로 이송할 필요가 있는 중환자의 우선 순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병상 배정 주체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제시한 중환자실/준중환자실 입실 기준을 발표했다. 쇼크, 의식저하, 급성호흡부전 등으로 HFNC(호흡치료)나 기계환기가 필요한 경우가 중환자실 입실 대상에 해당한다. 호흡곤란이 있거나 기저질환으로 집중감시가 필요한 경우 등은 준중환자실 입실 대상으로 분류했다.
또 기준은 환자의 신체상태에 따라 우선순위를 4단계로 구분했다. 말기장기부전, 중증외상/중증화상, 심각한 뇌기능장애, 말기암 등이 있거나 예측생존율이 20% 이하일 경우 가장 높은 4단계에 해당한다. 예측 생존율이 50% 이하인 경우 3단계, 50% 이상인 경우 2단계, 80% 이상인 경우 가장 낮은 1단계로 분류됐다.
중환자 발생이 급격히 증가해 병상이 부족한 경우를 대비한 퇴실 기준도 제시했다. 사망이 임박한 환자, 집중치료를 3주 이상 했음에도 다장기부전이 해결되지 않고 사망 가능성이 매우 높은 환자, 뇌사 환자 등의 경우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퇴실을 시키는 방식이다.
홍 교수는 "입퇴실 기준은 의학단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사회와 합의된 기준이 필요하며 이 결정은 경험 많은 전문의나 위원회가 맡아야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선순위도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해당 의료기관과 의료진의 윤리적 논쟁과 갈등을 완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재난의 심각성과 가용한 의료자원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를 어떻게 조정하는지는 재난 상황에 맞춰서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채만 한국의료윤리학회장은 "지침이 잘 만들어져도 현장에서 작동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커다란 어려움이 된다"며 "따라서 이번 기준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의료인과 국민들의 이해와 수용이 매우 중요하다. 의협의 승인, 정부 당국의 승인, 법적 검토를 거쳐 국민들이 팬데믹 하에서의 사회적 규범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기준안이 명료해야 하고 병원 간 이해도가 서로 달라서는 안된다"며 "그리고 의사 1인이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대한 대책도 있어야 한다. 입퇴실위원회 등 2인 이상의 합의를 통해 결정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환자의 신체 상태가 매우 심각해 생존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환자들에 우선순위를 둘 경우 오히려 의료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우선순위 4에 계신 분들은 애초 중환자실에 들어오실만한 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며 "임종 과정 중에 있으신 분들이라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게 되면 주치의들과 중환자실에 오셔봤자 별로 도움이 안될 것 같다고 얘기를 한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그런 분들에 대한 자원이 들어가게 되면 다른 분들에 대한 자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중환자 치료가 환자에게 이득이 없는 분들까지 끝까지 (치료를) 해야하느냐는 한 번 생각해볼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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