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감독, 부임 3년 만에 창단 첫 통합 우승 이끌어
한국시리즈 MVP 출신 최초로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으로 이름 남겨
25년이 지난 2021년 가을, 이강철은 또 한국시리즈의 주인공이 됐다. MVP 출신 선수에서 지략을 갖춘 사령탑으로 변신한 이강철은 한국시리즈 역사에 다시 한 번 이름을 남겼다.
이 감독이 이끄는 KT는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쏠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8-4로 눌렀다.
1~4차전을 모두 챙긴 KT는 4승무패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시즌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하며 첫 통합우승까지 일궈냈다.
은퇴 후엔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 등에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2018년 11월 KT 지휘봉을 잡고 처음 사령탑에 올랐다. 이강철 감독 성공시대의 시작이었다.
초보 사령탑은 빠르게 팀을 성장시켰다. 부드러운 형님 리더십으로 팀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포수 장성우는 "감독님께서 고참들에게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 형들이 항상 '좋은 감독님을 만나서 말년에 복 받았다'고 할 정도다. 감독님을 위해서 야구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부분에서 보답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5년 1군 데뷔 후 줄곧 하위권에 머물던 KT는 이 감독을 만나고 달라졌다. 2019년 6위에 올랐고, 2020년에는 정규시즌 2위로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KT 구단은 2020시즌 종료 후 이 감독과 3년, 20억원의 재계약을 맺고 확실한 지원에 나섰다. 역대 최초로 한국시리즈를 경험하지 않은 감독과 2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을 만큼, KT는 이 감독의 지도력을 신뢰했다.
이 감독은 결과로 응답했다.
사령탑 부임 3년 차, 이 감독은 KT를 리그에서 가장 강한 팀으로 만들어냈다.
'명투수 출신'이 이끄는 마운드는 올 시즌 평균자책점 2위(3.67)로 단단했다. 6선발을 가동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한 선발진부터, 짠물투를 선보이는 구원진까지 리그 최고를 자랑했다. 베테랑 유한준과 '젊은 피' 강백호 등 신구조화가 돋보이는 타선도 짜임새가 있었다.
현역 시절 해태에서 5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경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상대 김태형 두산 감독과의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이 감독은 "4승2패 정도로 우리가 우승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이 감독을 바라보며 "뭐라고요? 마음대로 생각하셔라"고 받아쳤다. 이 감독도 이에 지지 않았다. 이 감독은 "그럼 좀 더 빨리 끝내겠다. 우리가 초반 승기를 잡으면 4승 무패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허투루 한 말이 아니라는 걸 4승무패, 완벽한 우승을 입증했다.
이 감독은 마운드 운용부터 변화를 줬다.
정규시즌 우승이 걸린 10월31일 삼성 라이온즈와 타이브레이커에서 이틀만 쉰 윌리엄 쿠에바스를 선발로 투입했다. 쿠에바스가 무너지면 온갖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선택이었지만 이 감독은 주저 없이 승부수를 띄웠다.
이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쿠에바스는 7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의 짜릿한 우승을 견인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이 감독은 '독한' 마운드 운용을 선보였다.
정규시즌 11승(6패)을 올리며 21차례 퀄리티 스타트(QS, 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던 토종 에이스 고영표를 불펜 카드로 활용, 허리를 더 탄탄하게 했다.
상대에게 흐름을 빼앗길 수 있는 그 어떠한 빌미도 내주지 않겠다는 단호함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2차전에서는 6-0으로 앞선 7회 '필승 카드' 고영표를 투입했고, 6-1로 넉넉히 앞선 9회에는 마무리 투수 김재윤을 올렸다.
3차전에서는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잘 던지고 있었지만 6회, 단 한 번의 위기가 오자 그대로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2010년대 이후 최강팀으로 평가받는 두산도 이 감독이 이끄는 KT를 넘을 순 없었다.
레전드 투수이던 이 감독은 이제 한국시리즈 MVP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 되는 새 역사까지 열었다.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이 감독은 "은근히 '최초'라는 걸 하고 싶었다. 9회쯤엔 '1위 감독으로 드디어 가나, 내가 정말 1위가 되나'이런 생각도 교차했다. 그런데 9회가 끝나니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며 웃음 지었다.
"9회말 2사까진 긴장이 됐는데, 9회말이 끝나는 순간엔 끈 감정이 안 오더라. 그래서 큰 제스처를 못했다"면서도 "시상식을 하고, 오랜만에 (선수 생활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니 정말 좋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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