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사장 포함 경영진 기자간담회 진행
"연료비 연동제, 현실 맞게 보완해 나갈 것"
"혁신적인 원전 기술 투자 계속 추진할 것"
"석탄 질서있는 퇴장, 포괄적으로 논의해야"
"탄소중립 이행비용 산출 필요성에는 공감"
"기후환경요금, 새 부담금이란 오해 없앨 것"
[광주=뉴시스] 고은결 기자 =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은 10일 "국내에서도 특정 전원에 지나치게 비판적이거나 지나치게 우호적인 논의가 형성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이날 광주 서구의 한 호텔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탄소중립에서 원전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세계에너지협의회(WEC) 사무총장을 뵙고 왔는데 이 분의 얘기 중 제일 귀담아 들은 것은 에너지와 관련된 여러가지 논의가 지나치게 양극화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또한 탄소중립을 위해 확대 중인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가 아니라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과제를 먼저 해결하는 나라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시행 1년을 앞둔 연료비 연동제에 대해서는 "(전기요금에 대한) 민감성을 감안해 전기요금이 (연료비와) 연동되는 게 자연스럽다는 것을 국민들이 받아들인 이후에 현실에 맞게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요금계획 중 연료비 조정요인이 있다면 조정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지난해 말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며 전력 생산과 관련된 연료비의 변동을 3개월마다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지난 2·3분기에는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물가 부담 등을 고려해 동결했고, 4분기 전기요금은 전분기 대비 킬로와트시(㎾h)당 3원 인상했다.
다음은 정승일 사장 등 한전 경영진과의 일문일답.
-반기문 전 유엔총장이 (2021 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빅스포) 개막식에서) 언급했는데 탄소중립과 관련한 원전의 필요성은 어떻게 보는가.
"기자간담회 전에 세계에너지협의회(WEC) 사무총장을 뵙고 왔는데, 이 분의 얘기 중 제일 귀담아들은 것은 에너지와 관련된 여러 가지 논의가 지나치게 양극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도 충분히 공감했다. 국내에서도 특정 전원에 지나치게 비판적이거나 지나치게 우호적인 논의가 형성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본다.
사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전력 부문에 필요한 노력은 땅 위에 두발을 딛고 해결해야 한다. 구름 위에 올라앉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원전 24기, 석탄발전소 59개, 가스복합발전소 93개가 가동 중이다. 이런 조건에서 2030년, 2050년까지 적정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어떤 분들은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면 간헐성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는 문제가 아니라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과제를 먼저 해결하는 나라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다.
다시 (원전에 대한 설명으로) 돌아와서 현재 24기인 원전은 2030년에도 (전체 발전량의) 24%의 발전량 비중을 갖는데, 만약 그보다 더 (비중을) 늘려야겠다는 국민 의견이 대다수라면 정부 정책이 계속 유지가 될 수 있겠는가. 정부 정책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현재 원전 비중이 적정하다고 보지만, 그보다 더 많은 원전 비중이 보다 바람직하겠다는 국민 공감대가 있다면 그건 그때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정승일 사장)
-한전이 (빅스포에서) 발표한 '2050 탄소중립 비전'에 원전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 전 세계 많은 석학, 주요국이 원전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한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하고 있지만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한수원도 한전의 자회사다. 원전이 2050년 6~7%까지 내려가면 과연 탄소중립이 가능한가.
"현재와 앞으로의 한수원의 역할에 대해 절대 낮은 평가를 받을 게 없다. 한수원은 24기의 원전을 운영 중이고 앞으로 2기가 추가되며 전 세계에서 7~8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이 정도 원전을 건설해 안전하게 운영해 발전 부문에서 기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평가해야 한다.
두 번째, (원전을 확대하겠다는) 논의가 혼재돼 있다. 전통 원전을 늘리겠다는 나라도 있는 반면 SMR 같은 혁신형 원전에 대한 기술개발 투자를 늘리겠다는 곳도 있다.
이날 한전 그룹사 사장단 회의에서도 한수원은 SMR 개발 계획을 보고했다. 아직 예비타당성조사가 끝나지 않았고 5000억원 이상의 기술개발 비용을 산정하고 있다. 혁신적인 원전 기술에 대한 투자는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다.
원전이 어느정도 역할을 하는게 적정하냐는 평가는 다 다를 수 있다. 원전이 사용후 핵연료를 비롯한 폐기물 처리 문제, 신규 원전 건설 시 입지 문제, 대용량 발전소 건설 시 필요한 송변전 시설 건설 문제 때문에 여러 부정적 평가도 사실이다. 이런 논의가 정쟁이 아니고 논리적·과학적·이성적으로 논의됐으면 하는 게 개인적 바람이다."(정승일 사장)
"사실 2050년 원전 비중이 6~7%, 재생에너지 비중이 70% 되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그야말로 도전적 과제다. 그런데 30년이란 기간이 짧다면 짧지만 꽤 긴 기간이다. 여기에 기술 혁신, 최단의 노력 기울이면 이것도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사장이 말했듯이 중간에 진행하다가 어떤 상황으로 여러 이유로 잘 안된다고 하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플랜B로 다른 것들은 얼마든지 재논의가 가능한 시간이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70% 재생에너지 달성은 도전적 과제지만 불가능한 과제는 아니다.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최현근 전력혁신본부장)
-한전과 발전 공기업이 석탄 발전 중단을 선언했는데, 탄소중립위원회 의견 수렴 과정에서 발전 공기업들은 어렵다고 표한 바 있다. 석탄 발전 퇴출 방안은 어떻게 해야 좋을까.
"석탄의 질서 있는 퇴장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많은 준비를 해야 간다. 좌초자산에 대한 보상 수준, 석탄법 관련 종사자들의 이동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최현근 전력혁신본부장)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한다고 했는데 조기 폐쇄 및 매몰비용을 추산했는가. (정부의 2050 탄소중립안 실현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비용 등 한전 자체적으로 추산한 비용은.
"석탄화력 발전과 관련해 발전사들이 좌초자산에 대해 개별적으로 계산한 것은 있지만 한전 차원에서 집계하지는 못 했다. 좌초자산이 얼마나 되고 이에 대한 보상, 재원은 차차 논의할 문제다. ESS 등을 포함한 (탄소중립안 달성을 위한) 전체 이행 비용이 (추계치가) 없는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 저희도 탄소중립 이행 비용이 대략적으로 산출되고 알려져야 한다고는 공감하고 있다.
(그렇지만) 또 하나 알아줬으면 싶은 게 추산이 굉장히 어렵다. 정부도 언젠가는 비용을 산출해 발표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한전이 자체적인 전제 조건을 갖고 한번 해보려고는 하고 있다. 한전뿐 아니라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에서도 각자 전제 조건을 기반으로 추산하고 사회적 논의가 된다면 추정 정확도가 올라갈 것이다. 탄소중립 이행 비용을 어떻게 하면 최적화, 최소화해서 목표를 달성할지 논의하는 것은 큰 숙제다. 그런 과정이 점차 논의되고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최현근 전력혁신본부장)
-탄소중립위원회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10%p 늘려 잡았다. 한전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 발표 전에 중장기 재무 전망에서 송·배전망에 34조원을 투자한다고 했는데 투자비가 얼마나 늘 것으로 보는가.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비용 증가분은.
"지금 2034년 기준으로 9차설비계획에 수립한 내용이 29조3000억원 정도다. 이게 NDC 상향에 따라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지금 작업 중이며 내년 2월까지 업데이트해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ESS는 1조4000억원 정도 투자 계획이 확정됐다. (김태옥 전력그리드본부장)
-1년간 운용한 연료비 연동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조정 단가는 어떻게 예측하는가.
"연료비 연동제는 지난해 말 도입하면서 사실 100% 연동이 아니고, (조정 단가) 상한을 둬서 국민들에 연료비 변동 효과를 그대로 전가하지 않고 상당 부분 완충하는 형태로 운영했다. 도입 초기에는 (전기요금에 대한) 민감성을 감안해 전기요금이 (연료비와) 연동되는 게 자연스럽다는 것을 국민들이 받아들인 이후에 현실에 맞게 보완해 나갈 것이다. 요금계획 중 연료비 조정요인이 있다면 조정을 협의할 것이다."(정승일 사장)
-기후환경요금이 신재생에너지 의무이행(RPS) 비율이 늘어나니 인상 요인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기후환경요금은 RPS 비용, 탄소배출권 거래(ETS) 비용, 석탄 발전 감축 비용이 포함되므로 RPS 이행 비용이 높아질수록 당연히 (오르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올해부터 (기후환경요금과 전기요금이) 분리고지되는데, 갑자기 어떤 요금이 생긴 게 아니고 전기요금에 포함돼 있는 것인데 비중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드리려 분리고지하는 것이다. 새로운 부담금이 생긴 게 아니냐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게 첫 번째다. 이런 전제 하에서 인상요인이 있다면 설명드릴 의무가 있다."(정승일 사장)
-한전은 공기업이지만 상장기업으로, 투자자들에 예측 가능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 중장기적 실적 전망은.
"전기 생산에는 다양한 연료가 소요된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석탄이 얼마나 가격이 요동쳤는지 알 것이다. 액화천연가스(LNG)는 변동 폭이 사상 최대다. 요동치는 연료 가격을 놓고 생산하는 전기 가격 원가를 예측하는 것은 현재 불가능하다. 정확한 정보를 드린다는 차원에서 장기적 성과 전망을 말하기가 좀 어렵다."(정승일 사장)
◎공감언론 뉴시스 ke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