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이번 주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탭루트(Taproot)' 소프트포크가 곧 진행될 예정이다. 탭루트는 비트코인 생태계에서 4년 만에 가장 큰 업그레이드로 추후 비트코인 미칠 영향에 대해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업그레이드로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보안성과 효율성이 개선되면서 수수료 인하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10일 가상자산(암호화폐) 공시 사이트 쟁글에 따르면 오는 14일 비트코인은 탭루트 소프트포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2017년 진행된 세그윗(Segwit) 이후 처음 있는 대규모 업그레이드다. 탭루트는 세그윗 도입 이후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비트코인의 기술적 업그레이드다. 소프트포크란 기존 블록체인의 기능을 일부 수정하는 업데이트를 가리키는 것으로 대대적인 업그레이드인 하드포크보다는 비교적 간단한 작업이다.

특히 이번에 진행되는 탭루트 소프트포크의 경우 이례적으로 비트코인의 90% 이상의 노드(채굴자)들의 동의를 받고 이뤄지는 업그레이드다. 탭루트의 목표는 프라이버시, 확장성,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비트코인 스크립트 작동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탭루트 업그레이드에서는 슈노르 서명(Schnorr Signatures) 등 비트코인의 주요 기능을 개선하는 굵직한 업데이트 사항들을 포함하고 있다.

탭루트에서 슈노르 서명을 통해 비트코인에서 거래의 서명을 생성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개선되면서 비트코인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도 향상될 전망이다. 비트코인 거래에서 '서명'이란 사용자가 비트코인을 송금할 때 본인 확인을 하고 거래를 진행한다는 증명을 담은 전자 도장을 찍는 것을 말한다. 사용자가 자신의 개인 도장인 개인 키를 사용해 거래에 서명하면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이를 기록한다.

슈노르 서명은 비트코인 서명의 확장성을 개선하고 검증 속도도 향상시킬 전망이다. 탭루트에선 슈노르 서명이 본격적으로 구현되면서 다중 서명을 만들고 검증하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빨라질 예정이다. 즉 10명의 다른 사용자들이 현재 설정 하에 하나의 지갑 주소(공용 키)로 비트코인을 보냈다면, 비트코인의 장부에 10개의 별도 거래로 표시되게 됐다. 하지만 탭루트 업데이트를 통해 슈노르 서명이 도입되면 비트코인의 네트워크는 이 10개 거래를 고유한 하나의 키에 해당하는 한 개의 거래로 묶을 수 있게 된다. 이런 서명 알고리즘 개선으로 다중 서명에 추가할 수 있는 구성원의 수도 제한이 없어질 전망이다.

탭루트 업그레이드는 거래에 필요한 복잡한 조건을 간소화한 머클 추상화 구문트리(MAST) 업데이트도 포함된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의 송금뿐 아니라 스크립트를 활용해 여러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는 사용자가 스크립트에 기능을 많이 구현해 넣을수록 기능 자체를 실행하는 데 드는 시간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비트코인 스크립트는 기능 실행에 필요하지 않은 조건문까지도 모두 검증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비트코인 거래 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이다.

하지만 탭루트 업그레이드 후에는 모든 조건문을 직접 실행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먼저 검증할 수 있도록 바뀐다. MAST를 통해 사용자가 당장 사용하지 않는 스크립트는 해시값만 비교하면서 검증을 간단히 끝내도록 바뀌게 된다.

기술적인 내용은 다소 복잡하지만 탭루트 업그레이드로 얻어지는 이점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보안성과 효율성 강화이며 이로 인한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수혜는 수수료 인하다.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는 더 많은 처리량이 생길수록 증가한다. 효율성이 올라간다면 수수료가 낮아지면서 네트워크상에서 더 많은 거래가 이뤄질 것이고 이는 더 많은 가맹점 채택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번 업그레이 이후 비트코인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있어 비트코인 도미넌스(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 중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의 증가도 기대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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