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한형 주담대' 외면받는 이유는

기사등록 2021/11/10 06:00:00 최종수정 2021/11/10 10:34:44

출시 4개월…5대은행 가입실적 '87건'에 그쳐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가 연 3.96~5.26%로 집계된 3일 오후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21.11.03.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옥주 최선윤 기자 = 대출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지난 7월 출시한 금리상승리스크 완화형(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8일 기준 금리상한형 주담대 가입 실적은 87건(180억4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출시 3개월 만인 지난달 15일 기준 31건(53억5500만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단기간 의미 있게 늘어나긴 했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의 가입실적이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대출자들의 상환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난 7월 시중은행을 통해 내놓은 금융상품이다.

이 상품은 '금리상한형'과 '월상환액 고정형'으로 나뉘는데, 금리상한형은 금리상승폭을 연간 0.75%포인트 또는 5년간 2%포인트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시 말해 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이자부담이 연 0.75%포인트 이상, 5년간 2%포인트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예컨대 2억원을 30년간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A씨가 현재 2.5%의 금리를 적용받아 매월 79만원씩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금리상한 특약에 가입하면 A씨의 매월 원리금은 88만4000원(2.65%+0.75%포인트)으로 늘었지만, 금리가 2%포인트 올랐을 경우 내야하는 원리금 100만6000원(2.5%+2%포인트) 보다는 부담이 적다는 설명이다.

월상환액 고정형은 대출금리가 올라 이자액이 늘어나면 원금상환을 줄여 월간 원리금 상환액 총액을 유지해 주는 상품이다. 월상환액 고정기간은 10년으로, 이후엔 일반변동금리 대출로 전환하거나 월상환액을 다시 산정된다. 10년간 금리 상승폭은 2%포인트, 연간 1%포인트로 제한된다. 2억원을 30년간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B씨가 현재 2.5%의 금리로 매월 79만원씩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다고 해보자. 만약 B씨가 월상환액 고정형상품으로 대환하면 10년간 월 상환액이 매월 81만1000원(금리 2.7% 기준)으로 고정되는 것이다.

사실 이 상품은 지난 2019년 초에도 출시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금리가 상승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금리가 하락하면서 수요가 저조해 결국 상품 취급이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출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고 있는 만큼,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는 지난 3일 기준 연 3.96~5.26%로 지난해 말 2.69~4.20%와 비교하면 상단, 하단이 약 1%포인트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이달 말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서면 연내 주담대 금리가 6%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출시된 지 4개월이 지나도록 금융소비자들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금리상한형 주담대 가입이 원리금 절감 효과를 크게 주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폭에 따라서 소비자에게 유리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해당 상품이 이렇다 할 원리금 절감 효과를 크게 주고 있지 않다보니 가입 실적이 크게 늘지 않는 것 같다"며 "이 상품 역시 금리가 오를 때 상한선이 있다 뿐이지 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당장 그렇게 가입해야 할 필요성을 사람들이 못 느끼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은행이 져야 하는 위험 부담을 감안해 0.15∼0.3%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는다는 것이 소비자들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리상한형은 금리상승 리스크를 완화하는 대신, 연 0.15~0.2%포인트의 금리를 추가로 내야한다. 월상환액 고정형은 변동금리에 비해 연 0.2~0.3%포인트를 더한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당장 현 시점에서 금리가 젤 싼 것을 찾는 경향이 있고, 아무리 금리가 오르는 기조라 하더라도 가산금리에 대한 부담이 더 클 것"이라며 "무엇보다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 수수료 없이 대환이 가능한데, 지금 당장 가산금리를 내면서까지 상품에 가입할 소비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0.15~0.2%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반영되는데, 결국 연 0.9~0.95%, 5년간 2.75~3% 가량의 금리 상승이 있어야 대출자들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얘기"라며 "결국 비용을 내고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지금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내고 가입하려는 대출자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내년까지 기준금리가 최소 1.5%까지 오르는 등 대출금리가 상승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 만큼, 추후 가입자가 늘어날 여지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는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의 실적이 미미하지만, 당국은 시장 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추후 가입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향후 금리상승 속도와 가산금리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입 여부를 잘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출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대출 관련 민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 민원 현황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은행권에 접수된 민원 건수는 622건으로 전분기 대비 8.55% 증가했다. 특히 여신(대출) 관련 민원은 268건으로 전체 민원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출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청원글도 올라왔다.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게시 나흘만인 9일 오전 기준 8641명이 동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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