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수술' 은어까지 등장…"생계 걸려" 걱정 태산
"정비공장 한바퀴 쭈욱 도는데 거의 다 정관수술 중이네요."
"500대 대기 중이란 소문."
"수술비 200이네요. 예후가 나쁘면 문제인데요."
"정관수술 부품이 없답니다. 이 지경까지 되니 저도 하고 싶네요."
화물차량 기사들이 회원으로 가입된 한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글들이다. 이들이 언급한 '정관수술'은 요소수 없이도 화물차를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불법 개조를 일컫는 은어다.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현상이 계속되면서 디젤(경유)차 불법 개조가 판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단속마저 느슨한 실정이다.
6일 정부와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운행되는 디젤 화물차 330만대 가운데 60%인 200만대 가량이 '선택적촉매장치(SCR)'가 장착돼 요소수가 필요하다. 요소수는 차량 운행 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SCR 부착 차량에 요소수가 없으면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고, 운행 중에 요소수가 떨어지면 가다가 서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요소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데다 그마저도 구하기가 쉽지 않자 요소수 없이도 운행할 수 있게 SCR를 불법 개조하려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당장 생계 문제가 걸린 화물차 기사 사이에서는 불법 개조 정보가 암암리에 돌고 있다.
하지만 SCR 개조는 엄연한 불법이며, SCR이 정상 작동되지 않을 경우 질소산화물이 최대 10배까지 배출돼 환경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한 화물차 기사는 "요소수를 사러 서울에서 대전까지 다녀왔다. 가격도 터무니 없이 비싸다"면서 "이렇게까지 해서 차를 굴려야하나 싶지만 생계가 걸려있다보니 막막하기만 한다. 언제쯤 확실한 대책이 나올지도 심히 걱정스럽다. 정부를 믿고 있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화물차 기사는 "정부가 별 대책이 없다보니 단속조차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불법 개조 유혹이 더 커지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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