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드론이 반군지역 상공서 추락하자
러 외무장관 "러시아 반응 유도해 전투시작하려는 의도" 규정
우크라이나 겨냥한 러시아측 발언 강도 갈수록 수위 높아져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국경으로부터 300km 떨어진 곳에 군사 장비를 옯기고 있어 서방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미 CNN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일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인접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이례적 움직임이 있다는 보도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위성 영상에 따르면 자주초, 탱크, 보병전투장비 등 러시아 군장비가 국경에서 300km 떨어진 곳의 훈련장에서 활동중이다.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2일 9만명에 달하는 러시아 군대가 흑해는 물론 "국경 지대와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지"에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러시아가 "역내 긴장을 지속시키고 이웃국가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기 위해 군대를 이동시켜 증강하는" 훈련을 했다고 덧붙였다.
커비대변인은 미국이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의 의도를 알 수 없으나 우리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현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상황을 악화하거나 공격하는 행위는 미국의 깊은 우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궁 대변인은 2일 기자들에게 "러시아연방 영토 안에서 이뤄지는 우리 군사장비와 군대의 움직임은 전적으로 우리 일이다. 러시아는 누구도 위협하지 않았고 현재도 위협하지 않고 있으며 누구에게도 위험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측통들은 러시아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봐야한다고 말한다.
러시아군 전문가인 윌슨센터 마이클 코프만 연구원은 "현재는 상황이 진행중이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내일이라도 공격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장악한 2014년 이래 이같은 상황은 되풀이 됐다. 지난 봄에도 러시아 군대가 국경지대에 집결하면서 서방국가들이 긴장했지만 이들은 바로 원래 주둔지로 복귀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이 지원하는 협상이 무산되면 언제든 잠재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주 우크라이나가 터키에서 도입한 전투 드론을 반군이 점령하고 있는 동부 돈바스 지역 전선 상공에 뛰우자 러시아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지난 주 반군 지역에 드론 한대가 추락했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외무장관은 지난 1일 TV에 출연 "도발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했다. 민병대와 러시아의 반응을 이끌에내 전투를 개시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인기가 높은 TV 진행자 블라디미르 솔로비에프는 한발 더 나갔다. 우크라이나가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공화국들"을 도발해 "보복하도록 함으로써 전쟁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서 러시아가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측 발언의 강도가 최근 몇 달 동안 계속 높아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그의 후임자 드미트리 메드베테프는 우크라이나를 서방의 속국이며 나아가 진정한 국가가 아닌 것으로 묘사하는 에세이를 발표했다.
푸틴은 이 글에서 "러시아를 적대하는 단일 민족으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국가를 설립하는 건 우리를 향해 대량파괴무기를 사용한 것과 맞먹는 일"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진정한 주권은 러시아와 파트너십을 맺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전략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와 가까워져 서방이 러시아를 포위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과거 발트해 연안 국가들과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이던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과 함께 NATO에 가입했을 때부터 러시아는 큰 우려를 보여왔다.
바로 지난달에 로이드 오스틴 미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방향 재설정"을 지지하며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유럽 및 대서향을 향한 열망에 대해 미국이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자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이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은 "매우 위험한 일"이며 러시아가 보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응수했다.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오스틴 장관의 발언은 "NATO를 비롯한 나라들이 공격적으로 확장을 시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러시아는 항상 자국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게 재블린 대전차미사일을 지원했으며 우크라이나 해군력 증강을 위한 노력 등 안보 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미 해군 전함이 흑해를 정기적으로 순찰하는 것도 러시아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러시아가 독일에 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중인 노드스트림2 파이프라인이 거의 완공단계에 다다르면서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공급 중계지인 우크라이나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나프토가스의 유리 비트렌코 CEO는 "푸틴이 면전에 대고 노드스트림 가동을 받아 들이지 않으면 가스를 주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트렌코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가스가 없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면전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지난 주말 바이든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러시아가 악의적인 정치적 목적으로 천연가스를 좌우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적대적 발언들이 전선에서의 적대행위로 치달을 것이라는 조짐은 없지만 러시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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