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안철수 과거 분열 행보에 단일화 반대 기선잡기

기사등록 2021/11/04 12:09:23

바른미래당 합당·서울시장 재보궐·국민의당 통합서 安 경험

세 협상 과정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보수당의 분열'

이준석 '거간꾼 일벌백계' 발언은 결국 분열 막겠다는 의지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대선 출마 소식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안 대표의 '거간꾼'을 자처하는 이들을 '일벌백계'하겠다는 발언은 3일 연속 회의장을 울렸다.

국민의힘 예비 후보들은 반면 단일화와 함께 포용론을 제창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안 대표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며 "야권 통합이라는 큰 틀을 서로 그려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홍준표 의원와 유승민 전 의원은 '공동정부'까지 거론하며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단일화는 필수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왜 홀로 '안철수 고립작전'에 나섰을까.

이 대표는 안 대표가 보수당에 일으켰던 파장을 가장 가깝게 경험했다. 안 대표는 보수당의 불안한 변수다. 야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그는 3~7%의 지지율을 확보한다. 이념적으로 '중도실용'을 주장하면서도 국민의당은 국민의힘과 지지층을 공유한다. 안 대표가 확보한 5% 안팎의 지지율은 큰 힘을 지닌다. 그 힘이 최근 몇 년간 보수당을 분열시켜왔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내에서도 안 대표와의 협상 경험치가 가장 높은 인물이다. 2018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합당, 올해 4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경선, 그리고 지난 8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협상에도 이 대표는 자리했다.

이 세 번의 협상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 있다. 바로 이 대표가 속해 있던 보수당 쪽의 분열이다.

2018년 당시 바른정당은 소속 의원들의 연이은 탈당으로 세력이 급격하게 줄어들자, 합당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독자 세력과 통합파가 긴 씨름을 했다. 그러나 이들은 합당 선언 후 갑작스럽게 당의 이념을 '합리적 진보'로 세우겠다는 안 대표 측에 뒤통수를 맞았다. 이미 둘로 쪼개진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목소리를 잃은 채였다.

지난 4월 서울시장 재보선 경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 사이에서 줄서기를 시작하면서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이 대표는 3일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도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된 뒤에도 당내에서 사적인 목적으로 내부 권력다툼을 하려는 징후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치르며 상당히 상처 받았고, 당도 힘들었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경험은 이 대표의 '일벌백계' 발언의 배경이 됐다.

이 대표는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타당이나 후보와의 교섭은 후보와 지도부가 오롯이 담당하는 영역이고, 여러 명의 거간꾼이 나선다고 해서 그런 교섭이 잘 진행되는 경우도 드물다"며 경고했다.

그러면서 "꼭 우리 후보를 빛낼 수 있는 일에 당원과 지지자들은 주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직과 후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안 대표와의 섣부른 접촉을 삼가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 대표의 날선 반응과 달리 안 대표는 유유자적한 모습이다.

안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일벌백계'에 대해 "별로 의미 있는 발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내일(5일)이면 당 대표 권한이 대선후보로 넘어가지 않나. 그러니까 만약에 그런 것(후보 단일화)들을 결정한다면 그것도 다 대선후보가 가지는 것이다"고 여유를 보였다.

5일 최종 대통령 후보가 선출되면 국민의힘의 당무우선권은 이 대표가 아닌 후보가 갖게 되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뜻이다.

안 대표는 이어 "정말 국민의힘이 야권 지지자들의 열망에 따라서 진정으로 정권교체하고 싶어하신다면 저한테 (후보를) 양보해주시면 제가 압도적으로 정권교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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