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 연말까지 한시 폐지
주금공도 70% 감면, 기은 검토 중
다른 은행들은 회의적인 반응 보여
5대 은행, 올해 상반기만 1266억원
반면 은행권에서는 최소한의 비용 보전을 위해 중도상환수수료를 두는 건 불가피하고 이를 없앨 경우 이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연말까지 가계대출 일부·전액상환시 중도상환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중도상환수수료란 고객이 약정과 달리 대출을 조기 상환할 경우 은행 입장에서 자금운용에 공백이 생기는 동안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고객이 부담하게 하는 일종의 페널티를 말한다. 은행권 중도상환수수료율은 1.2~1.4% 수준이다. 일할 계산으로 대출기간이 길어질수록 중도상환수수료는 줄어들며, 보통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된다.
여윳돈이 생겨도 중도상환수수료 때문에 빚을 갚지 못하는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해 상환을 유도하고 고객들의 실질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게 농협은행 설명이다. 중도상환이 늘면 그만큼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여력이 생기는 효과도 있다. 은행권은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 6%대를 맞춰야 하는데 농협은행은 이미 이를 넘어선 상태다.
농협은행은 이번 조치를 통해 고정금리로 3년 만기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은 고객이 1년 지난 시점에 대출금 1억원을 갚으면 약 93만원 가량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은행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당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 의원은 "현재 정부의 총량 규제로 인해 실수요자 불만이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에 대출받은 사람들이 조속히 갚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준다면 새로이 대출을 원하는 실수요자에게 추가로 내줄 수 있는 만큼 가계부채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중도상환수수료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 지적이 연이어 나왔다. 그 결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서민을 위한 정책모기지 중도상환수수료를 절반 수준으로 인하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주택금융공사가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 70%를 감면하고,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관련해서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전체 은행권 참여율은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은행들은 농협은행만큼 기존 대출 상환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 데다 자칫 무리하게 폐지했을 때 고객들의 이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 갚을 여유가 되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내고 갚으려고 하지, 안 갚고 이자를 내지는 않는다"며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고 없는 돈을 다른 데서 끌어와서 빨리 갚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고객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중도상환수수료는 근저당권 설정, 인건비 등 최소한의 원가 보전 차원에서 해놓은 장치라 고객이 약정기간과 상관 없이 이탈했을 때 은행이 떠안아야 할 비용을 고려한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하라고 해서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손실이 안 날 수준으로 이미 낮춘 상태인데 면제까지 하기는 무리"라고 주장했다.
은행들이 지난 5년간 벌어들인 수익은 수천억원대 규모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 수익을 가장 많이 받은 은행은 KB국민은행(2110억원)이다. 우리은행(1308억원), 하나은행(1241억원), 농협은행(1133억원), 신한은행(691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적 비용이 발생하는 담보대출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신용대출은 원가가 거의 들지 않는다"며 "신용대출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한 것만 보더라도 은행들이 감면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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