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 거래·거래 절벽·당첨 포기'…급등하던 부동산 기류 변화

기사등록 2021/10/26 11:56:02 최종수정 2021/10/26 12:06:43

서울 외곽 아파트 하락 거래 늘어나는 추세

집값 상승률 낮아지고, 매매심리지수도 하락

나홀로 아파트 중심 청약 미계약분 잇따라

"일부 신고가 행진도…흐름 좀 더 지켜봐야"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가격 상승세가 둔화 양상을 보이며 전국적으로 오름폭이 축소됐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월간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10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달 대비 전국 1.05%, 수도권 1.27% 올랐다고 밝혔다. 사진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빌딩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2021.10.25.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서울에서 중저가 아파트 단지가 많은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하락 거래가 잇따르는 등 최근 부동산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불패로 여겨졌던 서울 분양 시장에서도 미계약 분이 속출하는 등의 이상 징후도 나타난다. 시장 일각에선 조정기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전세시장 불안 등 상승요인이 여전히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05% 올라 9월(1.69%) 보다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변동률'도 8월 넷째주(0.22%)를 기점으로 8주 연속 보합 내지는 하락세를 보이며 0.17%로 내렸고, 아파트 매수·매도 심리를 나타내는 '매매수급지수'도 101.6으로 6주째 하락세를 나타내며 기준점(100)에 바짝 다가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동안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데 따른 피로감으로 더이상 오르긴 어렵다는 인식이 커진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수요가 위축됐고 기준금리가 점진적으로 오를 것이란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실제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직전 거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성북구 정릉동 ‘정릉푸른마을동아’ 전용면적 84㎡는 지난 3일 7억1000만원(7층)에 거래돼 직전 거래가 8억원(10층)보다 9000만원 하락했다.

도봉구 방학동에서는 '신동아4단지' 전용면적 59㎡가 지난 5일 4억3000만원(11층)에 거래돼 직전 거래가 4억8000만원(10층)보다 5000만원 떨어졌다.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4㎡도 지난 6일 10억9000만원(11층)에 거래돼 지난 9월 11억3000만원(17층)보다 4000만원 하락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매수세가 약해지면서 시장에서는 거래량이 크게 감소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집계된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633건이다.

아직 9월 계약분은 신고기한(30일)이 일주일 가량 남았지만 현재 추세로 볼 때 연중 최저치인 지난 4월(3669건)을 밑돌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분양 시장도 이상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강서구 ‘우장산 한울에이치밸리움’은 18명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최근 무순위 청약을 실시했다. 청약 당시만 해도 37가구 모집에 2288명이 몰렸지만 당첨된 사람 중 절반 가까운 인원이 포기한 것이다. 불패 신화를 이어가던 서울 분양 시장에서 보기드문 현상이다.

지난 8월 분양한 관악구 ‘신림스카이아파트’도 청약 당시 43가구 모집에 994명이 몰리면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절반이 넘는 27가구가 미계약으로 남아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의 이상 기류를 두고 시장에서는 변곡점에 온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하락 전조라고 보기엔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상황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집값 동상이몽 속에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뤄지는 중이라 조금 더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매도자들은 가격을 잘 낮추지 않는 반면 매수하려는 사람들은 집값이 고점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면서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최근 실거래가와 호가의 가격 차이가 굉장이 크다"며 "서울 외곽 지역 먼저 위축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가격만 맞다면 집을 사려는 수요도 많은 상황이라 흐름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상승 부담과 대출 규제 등으로 집을 사려는 수요가 둔화되면서 패닉바잉이 진정되는 양상"이라며 "다만 일부에선 신고가 행진도 이어지고 있어서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설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장에서는 여전히 불안한 전세시장과 내년 대통령 선거 등이 향후 집값을 좌우할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금리인상과 가계부채 추가대책 예고 등 하락요인과 전세시장 불안, 공급 감소, 풍부한 유동성 등 상승요인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라며 "가을 이사수요가 간간이 매매시장에 유입되고 있어 현재의 상승 기조가 쉽게 바뀌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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