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통해 문제 제기…금융당국 조사까지
부채는 1년만에 230배, 쿠팡 답변은 "미정산금"
선불 충전금으로 이자 받나? "우려 없게 운영"
금융당국 조사 결과에 따라 선불 충전금만 750억원에 달하는 '쿠페이'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다. 해당 자회사는 쿠팡이 지급하지 않은 납품 업체 정산금을 부채로 잡고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750억 선불 충전금, 이자 가져가도 되나"
24일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쿠팡페이는 올해 6월 기준 선불 충전금 754억5600만원을 갖고 있다. 이는 정부에 등록한 대형 선불 업체 네이버파이낸셜(690억여원)을 넘어서고,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1239억여원) 등의 뒤를 잇는 규모다.
쿠팡페이는 선불 결제 서비스 쿠페이를 운영하며 선불 충전금 기능을 운영해 왔다. 소비자는 쿠페이에 돈을 충전해놓고, 물건을 주문할 때 결제할 수 있다.
쿠팡페이는 현행법상 정부에 선불 업체로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사업자 가맹점이 아닌, 자사 가맹점 또는 사업자에 한해 쿠페이를 사용하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최근 국정감사에선 소비자 충전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더라도 제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송 의원은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를 상대로 "선불 충전금에서 나온 이자 수익을 기업이 가져가도 되느냐" 물었다.
강 대표는 "업계에서 다른 여러 가지 필요성이 있어 그런 서비스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면밀히 들여다보고 우려가 없게 운영하겠다"고 해명했다.
쿠팡페이는 현재 금감원 조사를 받고 있다. '제2 머지포인트 사태'를 막기 위해 금감원이 재무 상태를 들여다보는 선불 전자지급수단 발행 업체 58곳 중 하나다. 현행법상 정부 등록 대상이 아니어서 규제 사각지대에 있고, 사고 위험성이 높다고 보는 탓이다.
금감원은 조사 결과에 따라 쿠팡페이가 전자금융거래법에 부합하면 등록을 권고하고, 따르지 않으면 검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결과에 따라 쿠페이 운영이 중단될 수 있다.
쿠팡페이는 다른 이유로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입점 업체 대금 정산 지연 논란이다.
송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쿠팡페이 부채는 약 1조3474억원으로 자본(212억2100만원) 대비 6350%에 달했다. 2019년 부채 규모(58억5300만원)보다 230배나 증가했다.
송 의원은 20일 국정감사를 통해 쿠팡이 '해당 부채는 납품 업체에 지급하지 않은 미정산 대금'이라는 취지로 금감원에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직매입 상품에서 얻는 수익이 90%를 차지하는 쿠팡은 다른 오픈마켓과 비교해 납품 대금 지급에 최대 60일이 걸린다"며 "1조3000억원이라는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질타했다.
강 대표는 "직매입을 통해 보관·판매·배송과 반품까지 다 하는 구조라 다른 오픈마켓과 달리 정산에 시간이 소요된다"고 해명했다.
쿠팡이 입점 업체에 정산금을 너무 늦게 준다는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행법상 쿠팡은 60일 안에만 대금을 지급하면 문제가 없지만, 업계에선 소상공인이 다수인 납품 업체가 자금난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유통 채널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면서 소상공인의 쿠팡 의존도는 날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이런 논란을 정조준한 법 개정안과 입법안이 다수 발의된 상황이다.
송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같은 당 민병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 대표적이다.
쿠팡은 이런 지적들에 대해 상생 기금 마련, 해외 진출 등을 통한 소상공인과의 상생·협력 확대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박대준 쿠팡 대표는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상공인과의 상생·협력 방안을 묻는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 질의에 "현재 4000억원 규모 상생 기금으로 소상공인 대금 조기 지급 결제나 마케팅 활동 지원 등을 하고 있다"면서 "올해 대만과 일본에 이은 해외 진출 확대·강화로 소상공인과 청년 기업가에게 동반 성장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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