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회의서 폴란드 헌재 판결 놓고 논쟁
벨기에 총리 "이익 얻고 싶으면 규칙 준수"
메르켈, 플렉시트 우려에 "협력하자" 제안
폴란드 헌재, EU법보다 자국법 우선 판단
2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EU 지도자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압박했다.
회의에선 정상들 대부분 EU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면, 공동의 규칙과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회의 내용에 정통한 한 고위 관계자는 AP통신에 회원국 대부분 폴란드와 대화를 지지하면서도, 폴란드가 EU법을 따르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클럽 가입으로 이익을 얻고 싶다면 규칙을 지켜라"라며 "클럽 일원임과 동시에 '나에겐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할 순 없다"고 꼬집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도 "폴란드 사법부 독립은 오늘 논의의 중요 의제"라며 "폴란드 (관련 논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막대한 EU 자금이 지원되는 걸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압박했다.
유럽의회도 이날 "폴란드 법원은 법적 효력과 독립성이 결여돼 있으며, 헌법을 해석할 자격이 없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EU가 코로나19 회복 지원 보류 등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도 요구했다.
이같은 압박에 폴란드가 EU에서 탈퇴하는 '플렉시트'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U 통합을 위해 힘써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법의 지배는 EU의 핵심 측면"이라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서로 협력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타협을 제안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정상회의 전 모라비에츠키 총리와 짧은 회담을 가져 우려를 표했으며, 공동의 원칙과 규칙에 부합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대화할 것을 요청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우리는 공갈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EU) 기구 권한이 계속 확대되는 데 동의하진 않지만, 당연히 대화를 통해 (현 상황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극우 성향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도 "사실은 분명하다. EU법 우선권은 조약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지원에 나섰다.
앞서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지난 7월 폴란드 헌법재판소에 유럽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 판례와 폴란드 헌법 중 어느 것이 상위에 있는지 판단을 구했고, 헌재는 자국 헌법이 일부 EU 조약과 양립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냈다.
2015년부터 폴란드 정권을 잡고 있는 모라비에츠키 총리의 강경 보수 국수주의 법과정의당(PiS)은 '개혁'을 빙자해 사법부 독립과 언론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EU는 EU 조약 등이 개별 회원국 법보다 우위에 있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EU 리스본 조약 부속 조항에는 EU 조약이 각국 법률에 우선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ECJ 판례도 이를 따르고 있다.
EU는 폴란드 헌재 결정이 이 같은 원칙에 반한다며 반발에 나섰다. EU 집행위는 코로나19 회복 자금으로 폴란드에 570억유로(약 78조 2000억원)를 지원할 방침이지만, 압박 일환으로 지급을 미루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