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혜, 동물이 겪는 고통에 주목…'로드킬 인 더 씨어터'

기사등록 2021/10/15 10:35:43

명동예술극장서 22일 개막

[서울=뉴시스] 연극 '로드킬 인 더 씨어터'. 2021.10.15.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작가 겸 연출가 구자혜가 동물을 중심에 내세운 신작을 내놓다.

국립극단(예술감독 김광보)이 오는 22일부터 11월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구 연출의 신작 '로드킬 인 더 씨어터'를 선보인다.

구 연출은 2020년 성 소수자 트랜스젠더의 삶을 정면으로 다룬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로 동아연극상 연출상,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로드킬 인 더 씨어터'를 통해선 '대상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동물의 시각을 빌리는 이유다. 특히 동물의 죽음에서 인간의 연민 어린 시각을 제거하고, 동물이 겪는 고통 그 자체에 주목한다.

  작품에는 다양한 동물이 등장한다. 올림픽 성화 봉송을 위해 소집됐다가 인간의 실수로 불에 타 죽어야 했던 비둘기,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우주선에 태워 쏘아 올려진 러시아의 떠돌이 개 라이카, 독립을 위해 길을 떠나다가 자동차에 치인 고라니 등이다. 인간에 의해 생존권을 빼앗기는 동물의 상황이 과장 없이 객관화된다.

11명의 출연 배우들에게는 고정된 배역이 거의 없다. 어떤 장면에서는 사람으로, 어떤 장면에서는 동물로 등장한다. 2019년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을 수상한 성수연, 올해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을 수상한 최순진을 비롯 성 소수자임을 밝히고 활발히 활동 중인 이리,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의 장애 예술가 백우람 등이 출연한다.  

이번 작품은 주로 대학로 소극장에서 실험적인 작업을 해 온 구 연출이 연극계 메인 스트림의 중심인 명동예술극장에서 올리는 신작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구 연출은 "명동예술극장은 극장의 역사뿐만 아니라 공간에 들어가는 순간 느껴지는 이미지와 프로시니엄 무대 형태로 인해 만들어지는 극장성이 있다. 그게 극장이 가진 힘이다. 그러한 극장성에 갇히거나 주눅 들지 않고 열한 명의 배우분들과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국립극단은 전 회차에 배리어프리(무장애) 서비스를 도입했다. 수어통역, 음성해설, 한글자막 등이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무대 위에는 2명의 수어통역사가 올라간다. 상단에 한글 자막이 송출된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무대의 생김새나 배우의 동작 등 시각정보를 설명하는 개방형 음성해설도 진행된다.

또 비장애 관객과의 관람 환경 차이를 좁힐 수 있도록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일부 좌석 우선 예매를 시행한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지켜 '동반자 외 좌석 한 칸 띄어 앉기' 예매 시스템을 운영한다. 31일 공연종료 후에는 구 연출, 성수연이 참여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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