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 발간
문학평론가 유성호와의 대화록
임헌영 소장은 13일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한길사) 출간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 세태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은 임헌영과 유성호(57) 문학평론가가 치열한 민족의식의 언어로 풀어낸 대화록이다. 임헌영의 유년 시절부터 두 번의 수감생활을 거쳐 민족문제연구소장을 역임하고 있는 현재의 생애까지를 집약한 자전적 기록이다.
임 소장은 2009년 '한일인명사전' 출간에 앞장서며 근현대사의 반성적 자료를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문인간첩단 사건과 남민전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임 소장은 "등단한 지 55년이 됐는데 내가 정말 쓰고 싶은 게 뭐였을까 라는 생각으로, 말년에 다 내려놓고 쓰자는 심정으로 썼다"며 "2005년 리영희 선생과의 대화록을 책으로 냈었는데 그 이후 한 세대, 16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많이 변했는데 그 역할을 누가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다"고 말했다.
역사, 정치사회사, 민주화와 통일운동사, 문학작품을 결합해 통섭의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했다.
임 소장은 "그간 통섭 인문학 속엔 사회, 정치가 없었는데 그걸 다 넣어보고 싶었다. 내 생애를 간략하게 보며 그간 일어난 중요한 이슈들을 넣었다"며 "궁극적으로 올바른 정치를 하도록 국민의 힘이 커지는 그런 방법을 찾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임헌영은 우리 시대를 총체적, 통시적으로 조감할 수 있는 한국의 많지 않은 지식인"이라며 "1980년대 성세했던 진보담론을 팔순의 임헌영이 재구성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책을 통해 "아무리 이념의 시대가 갔다고 우겨도 인류는 영원히 진보한다. 이건 진리"라며 "진보야말로 인류의 영원한 미래이며 희망이고 사람다운 삶을 보장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국민 의식의 선진국화를 목표로 잡았다. 아울러 경제적 선진과 동시에 시민의식의 선진화를 강조했다.
임 소장은 "우리는 빈부격차만 큰 것이 아니라 역사의식의 격차도 크다. 그게 더 무서운 일"이라며 "모든 민주주의가 진보해야 한다. 보수도 합리화되면 진보가 되고, 진보도 부패하거나 무능하거나 분열하면 보수가 된다"고 했다.
친일 청산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친일 청산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제대로 청산되지 않으면 우리뿐 아니라 일본도 불안해진다. 그런데 어떤 민주 정권도 이걸 못 살리고 있다. 한국 정치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많은 시민 운동가들이 1987년 6월 이후 현실 정치에 뛰어들었다. 과거에는 시민운동가들에 대해 다들 존경했지만 이제 그런 존경이 사라졌다"며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 정권 차원에서 민주인사들의 인식을 낮게 만드는 시도도 있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민주화 정권이 들어섰지만 변한 것이 없다. 정치에 들어서면 꼿꼿하게 잘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상한 사건에 얽히고 부정부패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특히 윤리적 측면에서 볼 때 시민운동가 출신들은 옥에 티만 있어도 난리가 나지만 일반 정치인들은 티가 10개가 있어도 아무렇지 않다"고 자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야당의 경우 100개의 티가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것 같다"며 "민주화 운동 세대에 대해 편견으로 보는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 책을 젊은 청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 교수는 "불과 20년 전만 해도 앞세대와 뒷세대가 경험 차이는 커도 지식은 비슷했다. 격차가 적었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필수 교양에서 역사가 일탈하기 시작한 때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금 20대의 정치 의식을 보면 근대사 초유의 다른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 책의 형식이 구술이다. 말하는 방식인데, 젊은 세대가 이 20세기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알았으면 좋겠다. 널리 읽히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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