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배 화백 '밝은 모습' 깜짝...'제21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展

기사등록 2021/10/12 15:48:47 최종수정 2021/10/12 19:03:20

13일부터 대구미술관…개막식은 11월4일

회화·설치 영상 등 신작 19점 포함 40점 전시

16m 크기 '수풍교향' 파노라마 풍경 압도적

[서울=뉴시스] 강요배 화백이 대구미술관에서 '제21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시를 연다. 13일부터 내년 1월 9일까지 ‘강요배: 카네이션-마음이 몸이 될 때’전시를 2, 3전시실 및 선큰가든에서 개최한다.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2021.10.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름만으로도 '화가 냄새'가 진득한 그의 밝은 모습이 깜짝 공개됐다.

강요배. '제주 화가'로 유명한 그가 대구미술관에 환하게 등장했다. 이전 고뇌하는 분위기와는 달리 신수가 훤해 보인다.

이유가 있다. 대구미술관에서 13일부터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제21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으로 기쁨이 함께하는 전시다. '다양한 장르가 혼재한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회화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작품 활동을 개진하고 있는 작가'라는 증표다.

이인성 미술상은 매해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해 이듬해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인성(1912~1950)은 한국 근대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대구 출신 서양화가로, 그의 작품 세계와 높은 예술정신을 기리고 한국미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1999년 대구시가 제정한 상이다.미술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추천위원 회의를 거쳐 5명의 후보자를 뽑아 최종 선정한다.

강요배는 “오랜 시간 지속적인 작업을 통해 시대와 역사에 충실하고 다양한 화풍의 변모를 추구한다”라는 평과 함께 지난 2020년 선정됐다.

[서울=뉴시스] 강요배, 수풍교향(水風交響), 2021, 캔버스에 아크릴, 333x1583cm

제주의 자연과 역사적 사건들을 중심 주제로 작업을 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 ‘몸’으로의 발현으로서 확장된 작업 세계를 보여준다.

대구미술관 전시는 ‘강요배: 카네이션-마음이 몸이 될 때’로 선보인다. 대자연의 풍경을 담은 대형 회화, 자연과 사운드에 집중하여 작가가 직접 촬영한 영상작업, 대구, 경산의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한 상주비단 설치작업과 고(故)이인성 화백의 대표작을 모티브로 한 회화 작업 등 작가의 폭넓은 작업 세계를 한자리에서 만나볼수 있다.

전시 제목은 성육신(成肉身)의 어원인 인카네이션(incarnation)에서 영감을 받았다. '몸과 마음이 될 때'는 강요배의 작업을 관통하는 태도다. 그의 작업들은 내면을 이루는 생각, 사상, 이론 등이 몸에 배어 자기 것이 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을 의미한다.

전시 출품작 대다수는 2021년 새롭게 제작한 신작으로, 1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작업 혼을 불태워 대형 회화 작품들과 새로운 영상, 설치, 조소 작업 등 19점을 제작했다. 총 전시 작품은 40점이다.

특히 이번 전시의 대표 작품인 '수풍교향'은 약 16m에 달하는 그림으로 마치, 대자연을 담은 한 폭의 파노라마처럼 담겼다. 자연의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담은 작품은 자연의 소리와 작가의 붓질(지휘)이 어우러져 마치 한 곡의 교향악(심포니)을 만들어 낸다.

마치 바람 소리 파도 소리가 휘몰아치는 것같은 그림은 생생한 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영상 매체도 활용했다.작가의 신체의 오감으로 표현한 ‘자연 풍경’은 그대로 전이된다. 바람이 부는 풍경, 노을이 지는 풍경 등 이 그림들을 보는 순간, 실제 자연 풍경은 '강요배 그림'이 되는 마법을 부린다.
[서울=뉴시스] 강요배, '장미'의 아침놀, 2021, 캔버스에 아크릴, 181.7x259.5cm
[서울=뉴시스] 강요배, 산곡(山谷)에서, 2021, 캔버스에 아크릴, 197x333cm
이번 전시는 '제21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로서의 정체성도 살펴볼수 있다. 강요배는 故이인성 화백의 ‘가을 어느 날’(1934)과 ‘경주의 산곡에서’(1935) 작품을 오마주했다. 회화 ‘어느 가을날’(2021), ‘산곡(山谷)에서’(2021)을 제작하였는데, 일제 통치하에 혼란한 시대를 살았던 식민지 예술가 이인성의 비극적인 시대적 상황과 1946년 대구의 10월 항쟁 등 근현대의 역사적 사건들을 접목하여 작가가 지닌 민중의식을 꾸준히 드러낸다.

대구미술관 이혜원 학예연구사는 “내면을 표현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탐구해 온 강요배 작가는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화풍과 예술세계의 경계를 확장한다”며 “회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는 개인전을 통해 인간의 삶과 역사적 사건들 그리고 자연의 숨소리를 몸으로 체화하는 경험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개막식은 제22회 이인성 미술상 시상식과 함께 오는 11월 4일 열린다.  ‘강요배 작가와의 대화’ 등 전시 연계프로그램을 기획해 관람객과 작가와의 만남의 장을 진행한다. 전시는 2022년 1월 9일까지.

[서울=뉴시스] 강요배 화백.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2021.10.12. photo@newsis.com
◆강요배 화백은 누구?

'4.3 화가'로 미술계에서 민중미술계열로 유명한 화가'다. 1988년 '한겨레' 신문 창간을 기념해 소설가 현기영이 연재한 '바람 타는 섬'에 함께할 그림을 그리면서 주목받았다. '제주 민중 항쟁사' 연작은 '동백꽃 지다'(1991)라는 한국 미술사의 중요한 작품으로 이어지며, 강요배는' 4·3 항쟁의 화가'로 불리게 됐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4.3 항쟁의 역사는 그의 이름에 오롯이 남아있다. '요배'는 본명으로 '평범한 이름이면 불려가 죽임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버지가 어려운 이름을 골라 지었다고 한다. (순이, 철이와 같이 당시 널리 쓰인 이름의 사람들은 이유도 모르고 억울하게 죽어나갔다. 강요배의 아버지는 그 참담함을 지켜보며 자신의 자식 이름은 절대 남들이 같이 쓸수 없는 이름 글자를 찾아서 尧(요나라 요), 培(북돋을 배)를 써서 '강요배'라고 지었다.)

1979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1982년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민중미술가'가 된 것은 1981년 ‘현실과 발언’의 동인이 되면서부터다. 서울 창문여고 미술 교사를 하다, 1992년 제주로 귀향했다.  제주 자연의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지 29년째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국 소노마 카운티뮤지엄, 인도네시아 국립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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