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구매대행, 취소·환불 '분통'…오픈마켓 정보 태부족

기사등록 2021/09/30 12:00:00 최종수정 2021/09/30 13:58:17

한국소비자원, 5개 오픈마켓 해외구매대행 정보표시 실태조사

3년해외구매대행 소비자 상담 6858건…네이버>쿠팡>11번가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 A씨는 오픈마켓에서 신발을 구매하고 '배송 준비 중' 상태에서 청약 철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사업자는 주문 24시간 이후에는 취소가 불가하다며 반품비 2만원을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A씨는 구매 페이지에서 취소 불가 고지사항을 확인할 수 없어 배송 상황에 대한 입증을 요청했으나 거부 당했다.

#. B씨는 오픈마켓에서 해외직배송 게임 컨트롤러를 구매했다. 배송 후 제품 판매 페이지에 게시된 이미지와 버튼 알파벳 부분이 달라 반품을 요구했으나 사업자는 제품 하자를 제외한 경우에는 반품 및 환불이 불가함을 고지했다며 처리를 거부했다.

국내 오픈마켓을 통해 해외구매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취소·환불·교환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이 부족하고, 표시 접근성이 낮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30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접수된 조사대상 5개 오픈마켓의 해외구매대행 관련 소비자 상담은 6858건으로 네이버가 45.4%로 가장 많았고 이어 쿠팡 21.5%, 11번가 13.9%, G마켓 11.5%, 옥션 7.7% 순으로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특히 상담 유형별로는 '취소·환불·교환 지연 및 거부'가 25.9%로 가장 많았고, 위약금·수수료 부당청구 및 가격 불만 22.9%, 제품하자, 품질, 사후관리(AS) 21.6% 순으로 나타났다.

일부 오픈마켓의 경우 취소·환불 관련 정보 제공이 부족하고, 표시 접근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5개 오픈마켓의 구매 페이지에서 정형화된 형태로 제공되는 해외구매대행 정보 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옥션과 G마켓은 취소·환불 조건과 판매자 정보가 한 페이지에 표시되지 않고, 여러 번 추가로 클릭해야 확인할 수 있어 찾기 어려운 구조였다.
 
11번가, G마켓, 쿠팡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등 관계 법령이 판매자가 제시한 거래조건보다 우선 적용된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판매자의 불리한 거래 조건에 따라 소비자가 계약 취소 및 환불 권리를 포기할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5개 오픈마켓에서 판매 중인 해외구매대행 200개 제품의 주요 거래조건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청약철회를 제한하고 있었다.

전자상거래법에서는 소비자가 제품 수령 전에도 청약철회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나 200개 제품 중 청약철회가 불가능하거나 '상품 발송 후 취소 불가' 등 특정 시점 이후로 제한하는 경우가 74.0%(148개)에 달했다. 전자상거래법과 다르게 제품을 수령한 후 단순 변심에 의한 청약철회를 제한하는 경우가 18%, 제품에 하자가 있거나 표시·광고와 다른 경우 청약철회를 제한하는 사례도 15.0%였다.

200개 제품 중 95.5%는 소비자의 취소·환불 요청 시점에 따른 비용 구분을 하지 않고, 전체 반품 비용만을 거래조건으로 제시해 소비자에게 불리했다. 관련 법은 해외구매대행 이용 시 해외 현지 배송 단계에서는 국제 배송료가 발생하기 전이므로 소비자가 더 적은 비용을 부담하고 취소·환불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1년 이내 오픈마켓에서 해외구매대행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 중 취소·환불을 했거나 고려한 적이 있는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3일부터 12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취소·환불을 요청한 소비자는 36.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소·환불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로는 '취소·환불 금액이 적거나 반품 비용이 너무 비싸서'가 47%로 가장 많았고, '취소·환불 절차가 복잡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워서'가 37.6%를 차지했다.

응답자 38.7%는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판매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문이 취소된 경험이 있었다고 답했으며, 이 중 72명은 취소 사유조차 안내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국내 오픈마켓 사업자에게 '전자상거래법'이 개별 판매자의 거래조건보다 우선 적용된다는 사실을 고지하고, 판매자가 소비자의 청약철회 권리를 제한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 주요 거래조건 정보를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 위치를 개선할 것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한편 소비자들에게는 ▲취소·환불 요청 시점에 따라 소비자가 부담할 반품 비용이 달라지므로 요청 시 주문 진행상황을 확인할 것 ▲취소·환불 관련 거래조건과 반품 비용 등을 꼼꼼히 확인할 것 ▲국제거래 소비자포털, 관세청 사이트 등을 통해 해외구매대행 주의사항을 탐색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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