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 콘서트 연출
4월부터 기획…"무대 핵심은 아름다운 노랫말"
시청률 11.8%, 추석 특집 1위…"위로와 희망 따스한 무대"
가수 심수봉이 KBS 한가위 대기획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으로 추석 연휴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안겼다. 화려하고 웅장한 세트와 함께 히트곡 '백만송이 장미', '그때 그 사람', '사랑밖엔 난 몰라' 등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는 노래들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지난 19일 방송은 시청률 11.8%(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추석 특집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을 연출한 이태헌 PD는 최근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심수봉 선생님과 함께해서 영광이었다"며 "이번 무대를 통해 더 빛나고 새로운 심수봉을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돼서 기쁘다. 함께해준 시청자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무대는 심수봉의 26년 만의 단독 TV쇼로 화제가 됐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심수봉은 왜 자신에게 이런 큰 쇼를 하자고 하는지 의아해하는 반응이었다고 했다. 이 PD는 "저희는 선생님 노래야말로 우리를 위로하고, 이런 아름다운 노래와 노랫말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려줄 수 있을 거로 생각해 설득했다"고 말했다.
"선생님의 노래는 '백만송이 장미' 가사처럼 미워하는 마음 없이 모두가 사랑할 수 있는 노래에요. 아픈 과거를 바라보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노래가 많죠. 가슴을 적시는 노래부터 흥이 나는 노래까지, 한에서 흥으로 갈 수 있는 노래를 할 수 있는 가수가 심수봉 선생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4월부터 기획, 5개월 대장정…"무대 핵심은 아름다운 노랫말"
1978년 MBC 대학가요제 '그때 그 사람'으로 데뷔한 심수봉은 1세대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꼽힌다. 이번 공연도 그가 작사·작곡한 곡들로 수를 놓았다. 이 PD는 "데뷔한 지 오래됐지만 당시 흔치 않은 여성 싱어송라이터였다. 노랫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면이 노래에 많이 녹아있고,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음감이 뛰어나셔서 정확하게 음을 표현하고, 편곡이나 노랫말에 대한 기준도 명확해서 연습 과정에서 그런 부분을 맞추는 게 중요했어요. 정확히 짚어주신 부분은 연출할 때나 이번에 같이 노래한 가수들에게도 도움이 됐죠. 그만큼 무대에 잘 발현돼서 가수 본인도 만족하고 시청자들도 즐길 수 있는 접점으로 잘 조율됐어요."
가장 심혈을 기울인 무대로는 3곡 메들리 '무궁화'-'조국이여'-'아리랑'을 꼽았다.
이 PD는 "실향민인 어머니를 위해 만든 곡이고, 조국의 분단이나 아픔에 집중하고 내일의 희망을 갖게 하는 노래들"이라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선생님의 피아노 연주로 이어가는 퍼포먼스를 넣었고 오고무와 풍물패, 비보잉 댄스팀까지 함께했다. 노래가 길고 퍼포먼스가 많아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그때 그 사람' 오프닝과 '백만송이 장미' 엔딩도 짙은 인상을 남겼다. "공연에서 오프닝이 가장 중요하죠. 선생님이 밖으로 나와 비대면 관객들을 처음 마주했을 때 표정을 담기 위해 노력했어요. 전주의 첫 마디가 시작될 땐 가장 긴장됐죠. '백만송이 장미'는 장미 꽃잎과 강렬한 붉은색으로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꾸몄고, 마지막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공연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사실 기획 초반엔 당시 주춤해진 코로나19로 대면 공연을 구상했지만, 이후 다시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언택트로 변경했다. 합창단 200명, 안무팀 100명에 스태프들까지 더해 800~900명의 대규모 공연인 만큼 PCR 검사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켰고 사고나 감염 없이 공연을 무사히 치렀다.
그는 "관객들이 현장에서 무대 세트와 조명, 음향을 직접 느끼며 즐겼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며 "그럼에도 많은 분이 언택트 방청을 신청해줬다. 비대면이지만 같이 공감하고 노래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려고 했는데 만족해하셔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심수봉, 공연 끝난 후 감동의 눈물…방송 직후 연락해 재차 감사 인사
당시 공연을 마친 후 심수봉은 벅찬 감정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PD는 "온라인 비대면 공연은 처음이었지만, 1000명의 언택트 관객들의 환호와 리액션에 감동하신 것 같다. 무대에서 선생님의 노래가 합창단, 안무팀 등 퍼포먼스와 함께 구현되는 모습에 잘 어울리게 연출해줬다며 고맙다고 하셨다. 저희도 같이 울컥했다. 선생님이 소녀 감성이 있으신데 여러가지로 감동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추석 연휴 때 방송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시청률 29%를 기록하고, '테스형' 열풍을 일으켰던 만큼 이번 쇼 준비에 부담은 없었을까.
그는 "부담은 안 됐다"며 "가수가 다르고, 그에 맞는 공연을 꾸미는 게 연출이다. 작년에는 엄청난 힘이 있는 무대였다면, 올해는 심수봉 선생님의 화려함과 감성을 보여줄 무대를 해보자며 작년과 색다른 느낌으로 준비했다. 올해는 위로가 있고 따뜻한, 좀 더 희망을 보여주고 '앞으로 더 잘 될 거야'라는 따스한 말 한마디를 담은 공연으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KBS가 나훈아에 이어 심수봉까지 2년 연속 성공적인 무대를 보여준 만큼, 내년에도 한가위 공연이 열릴지 관심이 쏠린다. 이 PD는 "한 가수에 집중해 더 빛나게 하는 무대를 계속 만들어나갈 것 같아서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 누가 하든 최고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에 누가 나오고 누가 연출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가수가 와도 매력과 멋이 담긴 새로운 무대를 KBS가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나훈아, 심수봉 선생님에 이어 젊은 층도 좋을 것 같아요. 새로운 젊은 한국 문화의 힘을 보여주는 방탄소년단(BTS)과 30주년을 맞이하는 서태지씨 등이 오시면 많은 분이 좋아하지 않을까요. 내년에는 어떤 즐거움이 있을지 저는 벌써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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