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 "극단 선택 22건 취합, 매일 죽음을 이야기"

기사등록 2021/09/15 17:42:31

유흥업소·노래방·식당 등 업종 다양

"가족 봐서 살라고 서로 위로한다"

[서울=뉴시스] 전재훈 수습기자 = 23년 동안 서울 마포구에서 맥줏집을 운영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A씨의 가게 앞에 국화꽃다발 등이 놓여 있다. 2021.09.14. kez@newsis.com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극단적 선택을 내린 자영업자와 관련해 22건의 제보를 받았다고 밝히며, 이들을 추모하는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15일 비대위에 따르면 이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발생한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 사례를 취합한 결과 13~14일 이틀간 22건이 파악됐다.

비대위가 제시한 사례에서 극단적 선택을 내린 업주들은 유흥업소·노래방·식당·여행사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었다. 지역은 주로 수도권에 집중됐다.

일례로 경기도 안양 범계역 부근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던 A씨는 집합금지 이후 월세가 밀리면서 보증금도 건지지 못한채 영업을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우울증을 앓다가 극단적 선택을 내렸다고 한다.

서울 서대문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던 B씨 또한 월세와 대출 이자, 기타 유지비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관련 제보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1000여명이 있는 비대위 오픈톡방에는 매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가족봐서 살아남으라고 서로를 위로하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제보로 파악된 이들을 포함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자영업자들을 위해 비대위는 16일 오전 서울 지역에서 합동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비대위는 잇단 극단적 선택의 배경을 코로나19 영업제한으로 인한 생활고 등으로 보고 정부의 방역지침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과도한 영업 제한을 철폐하고, 개인과 업소의 자율적인 방역 책임성을 강화하는 '책임방역'으로 방역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진 지난 1년6개월 동안 자영업자들은 66조가 넘는 빚을 떠안았고, 45만3000개의 매장이 폐업했다. 하루 평균 1000여개의 매장이 문을 닫은 셈이다.

한편 이달 들어 서울 마포구의 맥줏집 주인과 전남 여수의 치킨집 주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의 자영업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는 '검은 리본'을 프로필 사진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이들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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