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완생]월급을 상품권으로 주겠다는 사장님…"임금 지급 원칙 위반입니다"

기사등록 2021/09/11 07:00:00

지급 방식 따라 근로자 불이익 줄 수 있어 원칙 규정

4대 원칙 대표적…통화·직접·전액·정기불 지급 지켜야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 몇년 째 동네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반년간 주말에 근무해 온 고등학생 B양의 급여 지급 시기가 다가왔는데, 대뜸 B양의 부모가 월급을 대리 수령하겠다고 연락이 온 것. 본인에게 직접 주지 않아도 될지 A씨는 고민이 들었다.

#. 중소 의류업체에 다니는 C씨는 추석을 앞두고 시름에 잠겼다. 지난해 코로나로 매출 부진을 겪은 회사가 월급 일부를 자체 공급하는 상품으로 줄 수 있다는 복도 통신을 들었기 때문. 현금 쓸 일이 많은 연휴를 어떻게 보낼지 한숨만 나왔다.

노동권에 대한 대국민 인식이 향상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일각에선 부당하거나 부조리한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근로자가 노동을 제공한 대가로 받은 임금 지급과 관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임금 지급에도 별도 방법이 있나 싶지만 임금을 어떻게 지급하느냐에 따라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 가령 임금의 일부만을 지급하게 되면 나머지를 받지 못해 회사에서 계속 근로를 할 수밖에 없고 이는 강제 근로에 해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열악한 근로자의 지위 보호하기 위해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에 대해 근로기준법은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임금 지급의 원칙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은 사업주가 임금을 통화(통화불)로 직접(직접불) 근로자에게 그 전액(전액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제43조 제2항에는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정기불)를 정해 지급토록 명시했다.

통화불의 원칙은 회사 제품이나 주식, 어음 등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근로자의 생활에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이 원칙에 따라 모든 급여는 국내법에 따라 강제통용력이 있는 통화로 지급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이 국내에 적용되는 만큼 국내에 통용되는 통화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외도 있다. 통화불의 원칙은 법령·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예외로 두는데, 선원법에 의한 선원 임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선원의 경우 이동이 동반되는 만큼 기항지에서 통용될 수 있는 외화로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성과급이나 복리후생 수단도 통화로 지급해야 할까. 성과급과 복리후생 수단에 속하는 사택·식사 제공 등은 원칙적으로 임금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식이나 현물 등으로 지급할 수 있다.

직접불 원칙은 노동을 제공한 근로자 외 제3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이에 따라 근로자의 친권자 등 법정대리인에게 임금을 지급하거나 노조에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 모두 이 원칙에 어긋난다. 가령 미성년 근로자의 친권자가 법정대리인임을 내세워 급여를 요구해도 허용되지 않는다.

근로자가 지정한 은행에 근로자 본인 명의 계좌로 입금하는 경우는 가능하다. 다수 기업이 이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 근로자의 사자에 대해서도 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 이때 사자의 개념은 대리인과는 다른데, 대리인이 일정한 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면 사자는 '심부름꾼'에 가깝다고 이해하면 쉽다. 결정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임금채권의 양도는 어떨까.

근로기준법은 임금채권을 양도할 수 있도록 했지만, 추심권은 여전히 근로자가 갖도록 했다. 양도하더라도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해야 하며 근로자가 이를 제3자에게 주는 방식이어야 한다. 단 근로자의 임금이 압류된 경우 채권자에 대한 직접 지급은 허용한다.

직접불 원칙 역시 예외는 있다. 질병·사고 등으로 인한 결근 시 근로자 요청에 의한 가족에게 지급, 근로자가 동의한 은행 계좌로 지급, 근로자 사망 시 민법상 상속권자에게 지급 등이 예외 규정에 속한다.

전액불은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지급하도록 한 원칙이다. 이에 따라 근로자에 대한 채권·불법행위 등으로 발생한 손해배상청구권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상계를 허용하지 않는다. 상계란 일종의 채권·채무를 대등하게 소멸시키는 것인데, 이는 근로자의 의사가 있는 경우만 허용한다.

근로자가 임금을 포기할 수 있는 경우는 임금채권이 발생했을 때 근로자의 명시적인 동의가 있는 경우로 제한된다. 임금에서 합법적으로 공제가 가능한 경우는 민사상 또는 국세징수법에 따른 압류나 소득세법·건강보험법 등 법에 의한 공제, 노조 조합비 등이다.

압류 가능한 범위는 급료·연금·봉급·상여금 등 급여채권의 절반이지만, 근로자의 최저 생계를 위해 월 185만원을 제한 금액에 대해서만 압류할 수 있다.

정기불 원칙은 매월 1회 이상 특정일에 급여를 지급하고, 취업규칙에 이 같은 내용을 명시하도록 한 것으로, 여기에 명시된 날짜는 바뀔 수 없다. 이 같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는 출근 성적에 따라 지급하는 정근수당이나 일정 기간 계속 근무에 대해 나오는 근속 수당, 상여금 등이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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