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탈레반의 점령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남았던 마지막 유대인 구성원도 현지를 떠났다.
AP통신과 예루살렘 포스트, CNN 등은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계 미국인 사업가 모티 카하나를 통해 아프간 수도 카불의 유대교 회당에서 수십년을 지낸 제불론 시멘토프가 여성, 아이들과 함께 이웃나라로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카하나는 시멘토프가 탈레반보다 더 급진적인 IS에 납치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 있다며 시멘토프가 머물 곳을 찾기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카하나는 미국에 본부를 둔 GDC라는 단체를 운영한다. 이 단체는 세계 곳곳의 어려운 지역에 인도주의적 외교와 안보 및 물류 컨설팅을 제공한다.
이들은 마지막 유대인 가족이 시리아에서 탈출하는 것을 도왔고 2016년에는 여성과 어린이들이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시리아에서 이스라엘로 가는 버스를 조직하기도 했다.
앞서 아프간 북부 동굴에서는 히브리어 필사본이 발견된 바 있다. 이는 1000년 전 번성했던 유대인 공동체가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근거다.
19세기 후반 아프간에는 이웃 국가 이란에서 강제 개종을 피해 도망친 4만 명 가량의 유대인들이 살고 있었다. 시멘토프는 1959년 아프간 서부 헤라트의 한 도시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는 항상 아프간을 고향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수십년 동안 유대교 공동체가 줄어들면서 어려운 상황을 겪었다. 해외로부터의 기부로 살아남았다. 탈레반 집권 당시에는 네 차례나 체포됐고 구금 중에는 구타를 당했다.
일부 유대인 집단은 시멘토프에게 아프간을 떠나 국외로 나갈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고향에 머물면서 자신이 살던 회당을 보존하고 싶다는 이유로 거절해왔다.
카히나에 따르면 시멘토프는 자신이 떠나는 것은 거절하면서도 아프간 아이들의 탈출에는 도움을 줬다.
그러다 탈레반이 실패하면 IS-K가 그를 살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자 본인의 탈출도 결심하게 됐다고 CNN은 보도했다.
당초 계획은 시멘토프 약 20명 정도의 사람들을 데리고 가는 것이었는데, GDC 측이 도착했을 때 시멘토프 곁에는 100명 가량의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결 국 시멘토프와 30명 정도가 탈출을 시도하는 것으로 결정됐는데 이들은 100명의 무리 중 여성과 아이들이었다.
이들은 탈레반 검문소를 통과해 국경을 넘었다. 처음으로 국경을 넘는 시도를 했을 때, 31명으로 구성된 단체는 통과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시멘토프는 무리가 갈라질 순 없다며 다른 국경을 향해 14시간을 운전해 이동했다.
결국 지난 8일 밤시간대가 돼서야 안전한 곳에 도착했다고 GDC 측은 설명했다.
카하나는 이들의 안전을 위해 이들이 몸 담고 있는 나라가 어디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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