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희소성·똘똘한 한 채 수요…정부 규제 '무용지물'
매물부족 수급불균형 갈수록 심화…서울 집값 상승 견인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올해 초보다 호가가 6~7억원 이상 올랐어요."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장주로 통하는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택시장과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매물이 워낙 없다 보니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호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매물이 없어서 사실상 거래가 끊겼다"며 "여전히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인 강남지역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정부가 강남지역 집값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으나, 거래절벽 상황에서도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3.3㎡(평)당 1억원이 넘는 아파트 단지들이 잇따르면서 이른바 '강남불패'가 더욱 견고해지는 양상이다.
정부가 집값 상승의 근원지인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각종 규제 대책이 오히려 강남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을 통해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지난해에는 6·17, 7·10 대책 등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강화 등 잇단 대책을 쏟아냈다. 여기에 사실상 모든 부동산 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도 불구하고, 강남지역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6주 연속 0.20%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급등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1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0.21% 올라 지난주 동일한 상승 폭을 유지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강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
송파구(0.27%)는 신천·잠실동 재건축 등 인기단지 위주로, 강남구(0.26%)는 도곡·개포동 인기단지 위주로, 서초구(0.25%)는 잠원·서초동 일대 재건축 위주로, 강동구(0.21%)는 명일·고덕동 등 주요 단지와 길·천호동 구축 위주로 상승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우려 등으로 거래량이 줄었으나, 지역별 인기단지의 신고가 거래와 전세가격 상승, 매물부족 영향 등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서울 강남·서초구에서 3.3㎡(평)당 1억원이 넘는 아파트들이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6월 30일 기준) 서울에서 3.3㎡ 당 1억원 이상에 거래된 아파트는 총 56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804건)의 70%에 해당하는 수치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59㎡)는 27억원에 거래됐다. 이를 3.3㎡ 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1억4857만원이다. 또 최근 재건축 이주를 시작한 반포주공1단지를 비롯해 압구정 현대 14차와 현대 1·2차, 한양1차, 잠원동 신반포8차, 신반포2차 등에서 3.3㎡ 당 1억원을 상회하는 거래가 이뤄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서울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쏟아낸 각종 규제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의 잇단 규제 대책으로 재건축·재개발이 사실상 묶이면서 오히려 강남지역 재건축 단지들의 희소성이 높아졌고,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 강화로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주택 수요가 강남지역에 몰리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집값이 일시적인 안정세를 보이다 다시 상승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규제에 대한 내성만 키웠다.
전문가들은 수요와 공급 사이 불균형이 강남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보다 매물이 부족하다 보니 호가가 계속 오르고, 거래절벽 상황에서도 시세보다 높은 호가에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며 "양질의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6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따른 절세 매물이 대부분 소화되면서 매물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다"며 "갈수록 거래절벽이 심해지고 있으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건축 규제와 대출 등 세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겹치면서 강남지역의 집값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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