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 안장식 붉은 카네이션…카자흐스탄 정부에 감사
제주4·3 추념식 제주 돔박꼿… '제주의 봄'이 한층 무르익었다
코로나 이후엔 화훼농가 위해 꽃말의 의미 부여 꽃다발 증정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1868∼1943)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이동순 시인의 글귀를 인용해 추도하고, 서거 78년 만에 이역만리 카자흐스탄 땅에서 고국으로 귀환한 홍 장군에게 흰색 국화와 함께 이례적으로 붉은색 카네이션을 헌화했다.
흰색과 붉은색 카네이션은 카자흐스탄에서 추모화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 우리 국민과 카자흐스탄 고려인의 마음을 담고, 장군의 유해 봉환에 긴밀히 협조한 카자흐스탄 정부에 감사의 의미를 표하기 위해 국화와 카네이션을 복합적으로 사용했다.
비단 국화나 카네이션뿐만 아니라 대통령 참석 행사에는 성격을 고려해 다양한 꽃이 사용된다. 이 꽃들은 행사에 맞춰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선정된다. 지난해 '꽃이 피었다'를 주제로 열린 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는 박종철 열사 영정 앞에, 대통령 내외가 준비한 무명손수건으로 감싼 붉은 장미와 카네이션, 안개꽃이 헌화됐다.
문 대통령은 행사 당시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이곳은 1987년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사망한 곳이다. 509호 조사실에도 붉은 장미꽃이 놓였으며 조사실 외벽에는 커다란 장미 장식이 걸렸다. 행사 참석자들에게는 장미꽃이 전달됐다.
올해 '돔박꼿(동백꽃)이 활짝 피엇수다'라는 제주어 타이틀로 열린 73주년 제주4·3 추념식은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 개정법률안의 국회 통과 의미를 부여하고, '제주의 봄'이 한층 무르익었다는 의미에서 동백꽃을 사용했다.
임명장 수여식, 서훈식 등 청와대 경내 행사에서도 꽃은 다양한 의미를 담아 사용된다. 청와대는 "임명 대상자 외에 배우자(가족)의 노고와 헌신에 감사를 표할 수 있는 품격있는 수여식이 됐으면 좋겠다"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 2017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임명장 수여식부터 배우자나 가족에게 꽃다발을 수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구윤철 국무조정실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임명장 수여식부터는 꽃말의 의미를 부여한 꽃다발을 증정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로는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를 위해 꽃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자는 의미에서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아이디어를 냈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또 지난 7월1일 이임하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 연합사령관 서훈식에서는 '완벽한 성취'를 상징하는 노란 장미로 성공적 임무 수행에 경의를 표하고, '우정'을 뜻하는 메리골드와 '평화'의 상징 데이지로 꽃다발을 구성해 한미간 우정을 토대로 한반도 평화가 유지되길 희망한다는 의미를 사령관과 배우자에게 전하기도 했다.
이 밖에 정상회담 등에 장식용 꽃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상징이 고려되기도 한다. 지난달 25일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의 국빈 방한시에는 양국 정상의 훈장 교환식과 국빈 만찬 등 행사에서 콜롬비아 국기 색을 조합한 꽃장식을 준비했다.
청와대는 앞으로도 어려운 화훼농가를 위해 꽃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행사 의미에 맞는 다양한 꽃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코로나 19 장기화로 화훼농가의 시름이 크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피하지만 의미있는 꽃 선물로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는 따뜻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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