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아프가니스탄 언론이 탈레반의 눈치를 보며 이들의 통치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아프간의 가장 인기 있는 민영 텔레비전 방송사는 자발적으로 터키의 드라마나 음악 프로그램을 탈레반 통치자들에 맞춰 재미없는 프로그램으로 대체했다.
탈레반이 언론을 향해 이슬람법을 위반하거나 국익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들은 뉴스 보도 또한 이슬람의 가치와 모순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아프간 언론들은 과거 탈레반이 기자들을 살해하고, 언론을 탄압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난달 '개방적이고 포괄적인 시스템'을 약속했던 탈레반을 상대로 언론 자유를 시험하고 있다.
또 이들은 탈레반이 현지 언론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자국 내 여성 정책과 더불어 탈레반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탈레반이 아프간을 통치했을 때에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통해 여성들의 배울 권리, 일할 권리,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제한한 바 있다.
2001년 정권에서 축출된 이후에는 53명의 기자가 탈레반에 의해 숨졌다. 이중 33명이 2018년 이후 사망했다.
2014년에는 카불의 한 호텔에서 식사하던 프랑스 언론 기자와 그의 가족이 탈레반 무장괴한에게 살해됐고, 2016년에는 탈레반 자살폭탄 테러범이 버스에 타고 있던 현지 언론 톨로뉴스 직원들을 겨냥해 7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당시 탈레반은 톨로뉴스를 '서방세계의 타락한 영향력 도구'에 비유하며 테러 이유를 밝혔다.
지난달 15일 수도 카불 점령 이전에는 내전을 취재하던 로이터 통신 기자가 탈레반의 폭격에 숨지기도 했고, 표적이 되어 피살되기도 했다. 점령 이후에도 현지에서 일하던 기자와 그 가족들이 탈레반의 위협과 공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탈레반 지도부 중 한 명은 톨로뉴스 스튜디오로 걸어 들어갔다. 그는 여성 앵커인 베헤슈타 아르간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르간드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긴장했지만 탈레반 인사의 행동과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 자신을 조금 편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탈레반 관계자는 향후 탈레반 정권에서는 여성들의 인권을 존중할 것이고 과거와 달리 개방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들의 약속이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다. 아르간드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아프간을 탈출했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아프간 국영 방송인 RTA는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여성 앵커들을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았다. 여성 독립 방송인 잔TV는 새로운 프로그램 방영을 중단했다.
반면 아리아나 뉴스 채널은 여성 앵커를 계속 내보내고 있다. 톨로뉴스의 경우 아침 프로그램에 여성 사회자 한 명이 출연했으며 방송에는 한 명의 여성 앵커와 다수의 여성 기자들도 출연하고 있다.
톨로뉴스를 소유한 모비그룹의 CEO 사드 모세니는 탈레반이 언론을 용인하고 있는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에게도 언론은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한 두달 안에 언론에 어떤 짓을 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얼마나 제한적으로 나올지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그들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얼마나 제한적일 것인가다"라고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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