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프간 종전 '책임론' 불구 '자화자찬·해명' 일색

기사등록 2021/09/01 17:52:18 최종수정 2021/09/01 20:03:05

"미국을 위한 결정"…아프간 고통은 '외면'

'책임론'엔 당위성·해명만 늘어놔

CNN "사과 없어…아프간 관심 끝 명확히 해"

NYT "비판론 무시하고 '성공' 자평"

WP "임무 수행 축하보단 우울한 추도사"

[워싱턴DC=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인근 폭탄 테러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2021.08.27.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식을 선언하면서 자화자찬과 해명으로 일관해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군 철수 과정에서의 혼란과 대규모 난민 발생, 테러 및 보복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 탈레반의 억압적 통치 전망 등을 외면한 채 철군의 당위성과 의의만 강조하거나 변명만 늘어놓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아프간 종전을 기념하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전쟁은 이제 끝났다. 나는 이 전쟁을 언제 끝낼지 문제에 직면한 미국의 네 번째 대통령이다. 나는 대선에 출마할 때 전쟁을 끝내겠다고 했고 오늘 그 약속을 지켰다"고 했다.

이어 나온 발언은 아프간 철수를 강행해야 했던 이유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이것이 '병력을 철수하느냐, 전쟁을 확장하느냐'에 문제였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가 탈레반과 도하 평화협정을 통해 올해 5월1일까지 아프간 미군 철수를 완료하겠다고 합의한 상황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것. 또 자신만의 결정이 아닌 미국 내 민·관 관계자의 만장일치와, 연합군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더욱이 미국은 이미 10년 전 목표를 달성했다면서 미국의 국익과 크게 상관 없는 전쟁에 더 이상 천문학적인 군비와 군력을 투입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미 10년 전,  2011년 5월2일 오사마 빈 라덴을 심판"했고 아프간이 테러 단체의 미국 공격 근거지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도 달성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기에서 브라운대 연구진 조사에선 20년 간 매일 300만 달러, 총 2조 달러, 다른 대부분에선 매일 150만 달러, 총 1조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80만 명의 미군이 아프간에서 복무했다면서 사망자는 2461명, 부상자는 1만744명이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이어 "나는 미국의 꼭 필요한 국익에 기여하지 않는 전쟁을 계속하기를 거부했다. 오래 전 끝났어야 할 전쟁에 미국의 또 다른 세대의 아들, 딸들을 보내는 것을 거부했다"고 감정에 호소했다.

이번 결정이 "미국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점도 분명히했다.

그는 "이것은 올바른 결정이고, 현명한 결정이며, 미국을 위한 최선의 결정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에겐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결코 이루지 못할 목표가 아닌 명확하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갖고 미션을 설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근본적인 국가 안보 이익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의무는 2001년이 아닌 2021년과 미래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직면한 도전으로 중국, 러시아를 거론하거나 사이버 공격, 핵 확산을 짚으며 "새로운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고 화제를 돌렸다.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아프간 조력자들에 대한 보복과 여성 인권 침해 등 아프간 상황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오직 미군 13명 등을 숨지게 한 이슬람국가-호라산(IS-K)에 대한 "끝까지 쫓아가 응징할 것"이란 거듭된 경고 메시지와 함께 아프간 국민에 대해 외교와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말만 했다. 아프간 여성의 기본권을 계속 주시하겠다는 짧은 언급에선 "인권이 우리의 외교 정책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덧붙였다.
    
여전히 아프간을 떠나지 못한 이들에 대한 추가 구출 작전도 미국인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남은 미국인 100명~200명은 "대부분 이중 국적자로, 아프간에 있는 가족 때문에 일찌감치 머물기로 결정한 장기 거주자들"이라면서 다만 "남은 미국인 대피 시한에 데드 라인은 없다. 그들이 빠져나오기 원한다면 외교를 통해 그들을 꺼내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캐나다 등 일부 동맹국은 촉박한 시한 때문에 많게는 1000명 넘게 자국민을 남겨 놓고 대피 임무를 종료해야 했다. 미국 등과 함께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이번 혼란을 책임을 아프간 정부 탓으로 재차 돌렸다.

그는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 시한은 임의적인 데드라인이 아니었다. 미국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설정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시한은 기존 아프간 정부가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것이란 가정에 따른 것이었는데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해외로 도주하고 정부군은 사실상 백기투항하면서 탈레반 장악 시기가 빨라졌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의 회견과 관련해 "그가 전쟁이 어떻게 끝났지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며 "대피를 돕는 임무는 계속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끝났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또 현지인들의 엑소더스로 카불 공항에 한꺼번에 인파가 몰리면서 무리하게 대피를 시도한 이들이 목숨을 잃고 IS-K의 테러 공격과 미국의 보복 공습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들이 희생됐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철수를 "놀라운 성공"으로 묘사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그가 "다른 국가 재건의 끝을 선언하면서 아프간 철수를 옹호했다"며 "결정에 대한 비판을 강하게 거부하고 '성공'이라고 환영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연설은 "임무 수행에 대한 축하라기보다는 우울한 추도사였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인과 취약한 아프간인을 탈레반에게 버렸다는 비판을 거부하려고 애썼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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