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11테러 이후 알카에다 소탕 위해 아프간 파견
아프간에 민주주의 정부 수립 목표 세우며 20년 간 주둔
탈레반 5월 미 철수 계획 발표 후 공습 거세지고 수도 장악
미군, 철군 계획 고수…IS-K 대응에는 군사 개입 이어갈 듯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미국이 지난 20년 동안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사실상 끝냈다.
미국은 31일 오전 0시 기준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했다. 자국민을 비롯한 아프간 주민 등의 대피 작전을 마무리한 뒤였다.
하지만 20년 전 미군이 아프간 땅을 밟았을 때와 다름없이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해 상황은 도로 아미타불이 됐다는 평도 따른다.
2001년 9월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됐다. 두 대의 대형 여객기가 뉴욕 맨해튼 한복판의 세계무역센터를 덮쳤다. 미국에는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모든 공항에서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됐다.
중앙정보부(CIA)는 모든 정보를 총동원해 사태의 배후를 찾아 나섰다. 이 결과 여객기 납치범들이 알카에다라는 반미 이슬람 무장단체 소속임을 파악했다.
이와 함께 9·11테러는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족 출신의 테러리스트가 계획적으로 벌인 사건이며, 그가 탈레반이 집권한 아프간 정부의 비호 아래 그곳에 은거지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미 조지 W. 부시 정부는 탈레반 측에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이를 거절했다.
이에 미군은 영국과 연합군을 결성해 아프간을 공습한다. 이것이 아프간 전쟁의 시작이었다. 당시 미·영 연합군의 아프간 공습을 '십자군 원정'에 빗대어 부르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 역시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일으킨 테러와의 전쟁을, 중세시대 무슬림 이교도를 징벌하겠다는 취지로 일어난 십자군 전쟁이라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해 11월 미군은 반 탈레반 세력인 아프간 북부 동맹군과 함께 카불을 장악했다. 한 달 뒤인 12월 탈레반 모두를 소탕하고 알케에다의 마지막 근거지를 점령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당초 미국은 알카에다가 무너지면 탈레반은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알카에다 해체와 오사마 빈 라덴 체포가 지지부진해지자 탈레반 정권을 몰아내는 데 개입했다.
그리고 아프간에는 과도정부가 수립됐다. 2004년에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선출됐다. 부시 대통령은 2006년 3월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과 회담을 갖기도 했다.
정권이 바뀐 후인 2009년 2월17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프간에 병력 1만7000여명을 추가 파병했다. 2011년 5월1일에는 미군 특수부대가 파키스탄에서 오사마 빈 라덴 사살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탈레반은 각종 테러와 게릴라전 등을 통해 아프간에 살아남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4년 5월 연내 아프간 전쟁의 공식 종료 계획을 발표했다가 이듬해 10월 미군 철수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추가 파병과 탈레반에 대한 공격을 시사했다가 2019년 1월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에 돌입했다. 협정 관련 원칙에 합의를 이뤘으나 그해 9월 탈레반의 차량 폭탄 공격으로 협정이 무산됐다.
12월에는 양측이 평화협상에 돌입했고 지난해 2월 미국과 탈레반이 카타르 도하에서 평화협상에 합의했다. 이후부터 미국은 순차적으로 미군 철수를 시작했다.
올해 4월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9월11일까지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할 계획을 발표했고 5월부터 본격적인 철수가 시작됐다.
당초 바이든 정부는 미군이 철수하더라도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과 자력으로 맞서거나 최소 올 연말, 내년까지는 버틸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탈레반은 미군 철수 계획 발표와 함께 아프간 정부군을 상대로 공격을 시작했다. 아프간 북부 지역 점령을 시작으로 주요 지역 정벌에 나섰다. 아프간 정부군은 국경 넘어 타국으로 도주했고, 주민들도 탈레반을 피해 집을 버리고 피난길에 올랐다.
탈레반은 국경 근처 대도시를 점령한 후 아프간 주요 도시들을 장악했다. 이어 지난 15일 수도 카불 점령까지 기세를 보였다. 미군이 지난 20년 동안 투입했던 장갑차, 장비 등도 모두 탈레반 손에 넘어갔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아프간 내에서는 탈출 행렬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운송기를 타려는 주민들이 몰려들어 사고가 발생했고, 탈레반은 공항을 향하는 주민들을 검문하며 탈출을 방해하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유럽연합(EU)과 유엔 등 국제 사회에서 미국을 향해 철군 시한을 연기할 것을 요구했지만 바이든 정부는 기존 결정을 고수했다.
그러다 지난 26일에는 카불 공항 외곽에서 탈레반에 반하는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폭탄 테러로 미군 13명과 170명의 민간인이 숨져 여론의 질타가 바이든 정부를 향하기도 했다.
케네스 메켄지 미국 중부사령관은 철수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철수는 대피 뿐 아니라 2001년 9월11일 직후 시작돼 20년 간 이어진 아프간 전쟁의 종전을 의미한다"며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 공모자들을 끝내는 임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미국인과 아프간 조력자의 출국을 돕기 위한 외교적 임무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아프간에서 20년 간 이어진 우리의 주둔은 이제 끝났다"고 강조했다.
다만 IS-K의 테러에 대해서는 군사적 대응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카불 공항에서 IS가 미군 병사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IS 테러리스트들을 추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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